코코본드도 후순위채도 '올 스톱'...자금조달 길 막힌 국내 은행
입력 2020.03.24 07:00|수정 2020.03.25 12:02
    후순위채 발행 수요예측 미달
    수요 부족으로 당분간 관망세
    달러 기근 속 외화자금 조달 길도 막혀
    • 은행들이 국내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은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났고, 외화자금은 조달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3일 3000억원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나섰던 하나은행은 시간 내에 2700억웜의 수요만 들어오면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추가적으로 수요를 확보하긴 했지만 최고 우량 금융기관의 후순위채조차 수요예측에서 미달이 나면서 은행들은 잔뜩 긴장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은행들 저금리 기조에 맞춰 상반기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다. 우리금융을 필두로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 4대 금융지주 모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다. 올해 1분기에만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발행하려고 계획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기조속에 코코본드 상환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조기상환을 하지않더라도 금리 부담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우리금융은 4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에 성공했으며, 이달 초 3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한 우리은행은 당초 2500억원 발행 예정이었는데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5200억원의 수요가 물리면서 30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움츠려들면서 채권 투자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와 금에도 투자 수요가 몰리지 않는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에 맞춰서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던 은행들은 시장상황을 관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있다.

      한 금융지주 자금관리 담당자는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투자 수요가 문제다”라며 “하나은행 후순위채 미달 이후 시장을 관망하고 발행에 나서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외화자금 조달이다. 달러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국내 대형은행들조차 달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은행들이 달러 공급을 안해주면서 달러를 구할수 있는 길이 막혀버렸다. 은행조차 달러를 구하기 힘들다 보니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렇다고 당장 은행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생길정도는 아니다.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을 나타내는 외화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2월 말기준 128.3%로 규제 비율(80%) 수준을 상회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이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서 급한 불은 잠재웠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외화자금 확보가 은행들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외화자금 조달 줄이 완전히 끊긴 상황이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기전까지 외화유출을 최대한 막는게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