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연임 가로 막아선 국민연금…뒤에서 웃는 금감원
입력 2020.03.24 07:00|수정 2020.03.25 11:58
    관치논란 금감원, 국민연금 우군 확보
    내부에선 내심 반기는 분위기
    다만 국민연금 금융지주 회장 연임 막을지는 미지수
    • 국민연금이 우리·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반대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이번주 있을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임 반대의사를 표명한 금융감독원도 해당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드러내진 못하지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내심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지난 19일 국민연금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 지분 9.38%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우리금융은 지분 7.71%를 보유한 2대 주주이다. 오는 25일 열릴 우리금융 주주총회와 다음날 열릴 신한금융 주주총회에선 회장 연임안건을 놓고 표대결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금감원 국민연금 뒤에서 표정을 숨기는 모양새다. 명분없이 지배구조만 흔든다는 비판에 직면한 금감원으로선 국민연금이란 든든한 후원군이 나타난 셈이다. 내부는 고취된 분위기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행동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CEO가 법률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연임을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권에선 금감원의 제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컸다. 관치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주주들 사이에서 이런 행태에 대한 문제지적이 일었다.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해 대다수 주주가 연임에 반대하지 않는데 금감원이 CEO 해임에만 초점을 두고 제재를 밀어부친다는 견해였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다.

      신한금융에 대해선 지난 12월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중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과 관련해서 우려를 전달한바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한 법적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 안정성 및 신인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 회장 연임을 놓고도 금감원과 우리금융은 이미 ‘벼랑끝 대치’를 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서울행정법원에 DLF제재 관련해서 문채경고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집행정지를 신청을 냈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상태다. 손 회장 개인으로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금감원의 제재 결정에도 우리금융 이사회가 손 회장 연임을 밀어부쳤다는 점에서 양 측의 갈등의 골이 깊다. 손 회장 연임이 결정나더라도 둘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금감원 내부에서도 국민연금이 나섰다고 하더라도 연임을 막기는 쉽지 않다는 기류가 흐른다. 얼마나 외국인주주가 연임 반대를 표명할지 불분명하고 같은 정부라도 예금보험공사 같은 곳이 국민연금과 같이 행동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다.

      이 관계자는 “정부기관이라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다”라며 “예금보험공사가 국민연금과 같은 의사결정을 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지만, 주총에서 이들에 대한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긴 하나 다른 주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 통과가능성이 높다라고 본다”라며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른 곳도 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CEO 및 사외이사 안건이 통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