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Invest]
LG전자는 코로나 때문에 억울할까
차준호 기자 | chacha@chosun.com | 2020.03.26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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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호조에 단기적 코로나 영향 작지만
기업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상대적으로 억울' 리포트도
가계 지갑 닫으면 '진짜 위기' 지적

국내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IT·테크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삼성전자·LG전자 등 대부분 회사들이 사업장 문을 폐쇄하며 탐방은 대부분 중단됐다. 기관 세미나도 대부분 취소된 탓에 자리를 지킬 일이 드문 애널리스트들도 자가 혹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월까지만 해도 빗발치는 기관·투자자들의 전화에 “콜센터 직원이 된 것 같다” 하소연하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엔 부쩍 한산해졌다고 얘기한다. 국내 대형 증권사 A 애널리스트는 “위기 초입에는 전화가 불이 났는데, 지금은 개별 종목으로 대응할 수 없는 위기이다보니 포기 단계에 이르러 오히려 전화가 없다”고 말했다.

규모와 업종과 무관하게 대다수 회사들이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지만, IT 업계에선 LG전자의 기업가치를 둔 딜레마를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LG전자를 두고 ‘상대적으로 억울’(DB투자증권)이란 제목의 리포트가 회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리포트는 LG전자가 ▲중국 매출 비중이 미미하고 ▲시장 타격이 큰 스마트폰은 이미 극도로 부진한 수준에 와 있어 추가 부진이 어렵고 ▲그나마 부정적인 영향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가전과 TV로 상쇄하고 있지만, 영향이 큰 업체들과 하락 폭에서 큰 차이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외견상 코로나가 팬데믹이 됐지만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과 TV에 미칠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데는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공기청정기·스타일러·식기세척기·무선청소기 등 전염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될 가전 신규 수요 측면에선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회사도 "LG트롬스타일러의 경우 올 2월 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보다 30%보다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가전·TV·스마트폰 등 대부분 사업에서 경합했던 중국 업체들이 현지 코로나 여파로 공장 가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점도 호재다. 저가 공세를 펴던 경쟁사들의 공세가 주춤한 사이, 고급 브랜드로 입지를 쌓은 LG전자를 찾는 실수요층은 여전히 튼튼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한 국면을 맞았다.

아직 리포트 발간을 못했거나 준비 중인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이런 전반적인 단기 분석엔 동의한다. 전통적으로 LG전자는 1분기에 실적 강세를 보여왔고, 올해도 낙관적일 경우 상반기까지도 안정적인 실적 시현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LG전자 담당 B 애널리스트는 “1분기 실적 전망을 위해 가전 판매량을 집계해봤는데 전년 수준에서 크게 낮아지지 않아서 놀랐다”라며 “백화점·마트 등 유통 업계가 전례없는 불황인데도 오프라인 구매 중심인 가전 수요가 줄지 않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C 애널리스트도 “LG전자 가전사업이 통상적으로 1분기엔 해외보다 국내 매출 비중이 월등히 높다보니 수출에서 큰 영향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또 기존 가전을 교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기청정기·스타일러·무선청소기 등 신규 시장을 만들어가는 제품들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신제품 판매 비중이 높다보니 평균판매가(ASP)가 높아진 점도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결국 현재 이익은 물론, 미래 성장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될 ‘주가 전망’이다. 최근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회사의 기업가치는 어느덧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도달했다. 여전히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기존 수준에서 크게 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가가 바닥에 다다르기 전에 제때 ‘꺾는’(목표주가를 낮추는) 애널리스트가 시장에서 '스타'가 되다보니 목표주가 하향의 폭과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이란 설명이다.

가전·TV등 주력 사업의 성격 탓에 LG전자가 ‘IT 경기 방어주’로 소개되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직접적인 경제 참여자들의 ‘소득’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가계 소비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부분이 가전·TV 등 ‘내구소비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올해 벌이가 좋지 않으니 냉장고를 1년만 더 쓰자”로 가족 회의에서 결정된 순간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이 LG전자의 주력사업들인 셈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이같은 실물경기 침체를 판단할 지표를 두곤 ‘영업비밀’에 붙이고 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으로까지 전망 범위를 넓히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D 애널리스트는 “지금 회사의 주가가 코로나 여파의 실물 경제 전이 우려 탓에 이 정도까지 하락했다면, 실제 가계 경제로 전이됐을 때 얼마나 여파를 미칠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만 해도 생산 차질 소식이 있으면 서버 업체 등 큰 손들이 ‘마스크 사재기’ 하듯이 웃돈을 주고라도 재고를 쌓아놓길 원하다보니 D램 가격은 지금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전과 TV는 이런 성격의 재화도 아니어서 판단이 잘 안선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버틸 체력도 걱정거리다. 즉 시장의 시선이 더 이상 손익계산서가 아닌 대차대조표로 향할 경우 순현금만 9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부채비율이 200%에 달한 LG전자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고초를 겪으며 대형 M&A 등 대규모 자금지출이 미뤄진 것이 삼성전자 입장에선 천만다행이라는 관전평도 나온다. 반면 LG전자는 자회사 LG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등 추후 지원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3월 17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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