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매각 검토…투자안내서 배포
입력 2020.03.27 07:00|수정 2020.03.31 09:54
    BDA파트너스 이달 23일 티저레터 작성후 최근 뿌려
    “10위권 아파트 브랜드 인수할 수 있는 기회” 로 설명
    100% 모회사 두산중공업 살리기 일환으로 평가
    정부 지원 이끌어 내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시각도
    •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 매각을 검토한다. 현재 두산건설은 두산중공업 100% 자회사로, 매각이 진행 또는 성사될 경우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으로 그룹의 모체를 살리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코로나 사태 이후 발발한 경기상황에 따라 이렇다할 원매자를 찾지 못할 경우 매각이 성사되지 않거나, 이를 우려해 매각안이 철회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외국계 금융사 BDA파트너스를 통해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티저레터;Teaser Letter)가 배포됐고, 투자의사를 묻는 작업이 진행됐다. BDA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두산건설이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를 미국 GE에 매각할 당시에도 매각주관사를 맡은 바 있다.

      투자안내서는 이달 23일 작성됐다. 거래에는 '에드몬드 프로젝트' (Project Edmond)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 상위 10위권 아파트 브랜드 및 철도·지하철을 중심으로 탁월한 토목역량을 보유한 종합건설사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내용이 '투자 포인트'(Key Investment Highlights)로 안내서에 담겼다.

    • 두산건설 일부 프로젝트는 제외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안내서에는 "(두산건설의) 우발부채/부실 리스크가 있는 프로젝트는 본건 범위에 포함하지 않음으로써, 관련 리스크 최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내용이 실렸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두산건설 매각이 일부 후보를 통해 태핑이 되었으나 원매자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매각이 진행될 경우 부실자산은 두산중공업이 떠안고 알짜 자산만 파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두산그룹은 "지주가 아닌, 두산중공업이 관할하게 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26일 오후 기준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고, 현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23위를 기록한 건설사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7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가운데 주택사업을 비롯한 건축부문이 차지하는 금액은 1조4000억원으로,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는 ‘두산 위브(we’ve)’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의 민간제안 철도사업인 ‘신분당선’이 주요 토목사업 실적이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순손실은 751억원, 시행사 등의 차입을 위해 제공한 지급보증 등으로 인한 우발채무는 약 1조952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약 7조5000억원으로, 향후 약 4년 간의 매출은 확보한 상태다. 다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던 신규 수주는 정부의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축소로 토목 수주가 감소하면서 지난해 수주액(2조1000억원)이 2016년(약 2조2000억원) 이전 수준을 기록했다.

    • 향후 매각이 진행된다고 해도 전반적인 건설경기 침체 속에 이해관계가 맞는 원매자를 찾는 일이 걸림돌이다. 상당수의 건설사들이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투자자(SI)가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아서다.

      다만 두산건설이 수도권 지역에서 ‘위브’의 브랜드를 앞세워 9위의 공급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만큼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역기반 중견 건설사, 토목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부 건설사 등이 잠재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건설사들은 자체 브랜드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지 않겠지만 수도권에 진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건설사들 일부는 관심이 있을 수 있다”며 “두산건설이 해외에서 플랜트·토목 등의 실적이 없기 때문에 해외 건설사들이 인수하기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두산중공업은 26일 산업은행에 1조원 규모의 한도여신(Credit Line) 제공 관련 차입신청을 준비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방안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두산그룹과 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2017년 이후 본격화한 탈원전·탈석탄 정책 및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정책 기조 등으로 수주액이 급감하며 재무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지난해 한단계 하향조정한데 이어, 최근 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급(BBB)도 하향 검토에 돌입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여력이 약화하면서,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 및 지분가치 손상 가능성도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한다. 최악의 업황에 직면한 항공사들과 두산중공업 등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대기업 지원은 자구노력이 전제가 돼야한다”고 공식화한 부분도 두산그룹 및 두산중공업의 자구책 마련에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