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하향 트리거 다가가는 현대차…마땅한 대안도 없다
입력 2020.04.01 07:00|수정 2020.04.02 12:03
    'AAA' 타이틀 반납한지 4개월
    코로나 확산에 글로벌 셧다운
    공급·수요 동시차질로 수익성↓현금유출↑
    "상반기 넘기면 하향 트리거 도달 가능성"
    • 지난해 최고 신용등급 'AAA' 지위를 잃은 현대자동차가 재차 등급 하향 트리거에 접근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 차질과 수요 감소가 상수가 됐고 주요 완성차 업체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버티기 위한 현금 확보에 돌입했다. 내년까지 현금유출이 불가피한데 수익성에도 빨간 불이 켜진 현대차가 신용도 방어를 위해 꺼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AA+'인 현대차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는 ▲글로벌 수요부진 및 경쟁심화 ▲주요 시장 판매량 부진으로 ▲EBITDA마진과 현금 유동성이 악화할 경우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신흥국 시장까지 수요가 급감할 전망인 가운데 하반기에는 억눌린 수요 분출, 이른바 펜트업 효과 기대감에 업계내 경쟁심화가 예고돼 있다. 현 시점 현대차를 둘러싼 산업환경은 하향 조건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 코로나 확산 이후 신평사들의 입장도 변했다. 현대차가 울산 공장 가동중단에 들어간 지난 2월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던 한 신평사 관계자는 "상반기를 넘길 경우 하향 트리거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AA 이상 우량 신용등급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사태는 이제 막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동차 산업 최대 격전지인 미국의 1일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긴 3월 넷째주에 현대차는 미국, 유럽, 인도, 남미공장까지 연이어 셧다운에 들어갔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2월 중국 판매량이 의미하는 바는 가동중단 이후 외출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차 판매량에 무척 부정적이라는 것"이라며 "가동중단에 들어간 지역에서 중국 수준으로 판매량이 감소하는 게 가장 우려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 지난 2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9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판매가 대부분 딜러를 통한 오프라인 채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의 연간 판매량에서 셧다운에 들어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4~49%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미국의 경우 향후 3개월간 차 판매가 90%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미국 자동차 업체는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딜러 트래픽 감소로 인한 판매쇼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포드는 신용공여를 통해 154억달러(약 19조원) 규모 현금을 마련했다. 테슬라도 같은 방식으로 30억달러를 추가 확보했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미국 기업은 2개 분기 이상의 매출 급감을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코로나 여파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태가 상반기 내 진정되면 하반기 펜트업 효과로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판매확대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때와 같은 회복전략이 이번에는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위 관계자는 "지금은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파산한 상태에서 경쟁사의 신차도 없던 2008년과는 다르다"라며 "완성차 전반이 SUV, 픽업트럭 등 대형차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이연수요를 선점하려는 상황에서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재차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대차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대응전략을 예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내수 시장 회복 시점이 빨라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유리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2분기를 넘어설 경우 2009년 당시와 같은 신용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경영의지와 무관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신평사 현대차 담당 한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현대차의 신용도가 추가 하락할 것이냐를 논하는 것은 이르지만 미국의 확진자 수와 실업자 수 증가추이는 위험한 수준"이라며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으로선 1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현대차가 어떤 방안을 마련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