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1년만에 모멘티브 지분가치 -2400억…임석정펀드 수익보장 부담 증가
입력 2020.04.06 07:00|수정 2020.04.07 10:28
    모멘티브 인수 1년도 안돼 장부가 1/3 손실
    글로벌 판로 축소에 재고자산 손실도 반영
    SJL파트너스 파생상품 관련 부채 부담도 커져
    코로나 전세계 확산에 조기 손실 회복 불투명
    • KCC가 모멘티브 지분에 대해 2400억원 규모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여파가 지속되고 글로벌 판로가 막힌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모멘티브 가치가 떨어지며 공동투자자인 SJL파트너스에 잠재적으로 돌려줘야 할 금액은 커졌고 대규모 손실도 기록하게 됐다. 올해는 코로나발 파장까지 확산하고 있어 기업가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CC가 지난달 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모멘티브(MOM Holding Company, 특수목적회사) 지분 장부가치를 4948억원으로 평가했다. 모멘티브 지분(취득금액 7347억원)을 인수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지분가치 3분의 1가량이 날아갔다.

      KCC는 컨소시엄을 이뤄 모멘티브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며 순자산 가치를 넘는 금액 상당 부분을 영업권으로 반영했다. 단기간에 업황이 악화하고 적자전환 하며 영업권 상각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모멘티브는 순손실 5550억원을 기록했다.

    • KCC는 MOM Holding Company를 통해 모멘티브 사업회사(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를 거느리고 있다. 사업회사는 지난해 전세계적 수요 감소에 타격을 입었다. 주력인 실리콘 제품은 중간재로서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며 판로 확보에 애를 먹었다.

      모멘티브 외에 미국 다우(DOW), 독일 바커(WACKER) 등 글로벌 기업들도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KCC의 국내 실리콘 생산은 2017년 6만2913톤, 2018년 6만2148톤에서 지난해 5만7403톤으로 줄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KCC는 모멘티브를 인수하며 장부가 이상의 가치는 영업권 프리미엄으로 반영했었다”며 “2018년엔 흑자를 냈던 기업이 이듬해 바로 적자전환 하다보니 모멘티브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재고 물량도 모멘티브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원재료를 비싸게 사들여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서 재고 물량의 가치가 떨어졌다. 모멘티브 인수 후 재고가치 평가가 엄격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며 순손실 규모가 확대했다.

      모멘티브 기업가치가 줄면서 KCC가 재무적투자자(FI)에 잠재적으로 돌려줘야 할 자금 부담은 커졌다.

      KCC 컨소시엄엔 SJL파트너스(MOM USA Limited Partnership)가 FI로 참여해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지분투자(Equity) 자금 절반을 책임졌다. 모멘티브 투자 후 5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SJL파트너스는 KCC에 병행매도청구권(Tag along)과 공동매각요구권(Drag along)을 가진다. 모멘티브 적격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KCC 지분에 대해 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KCC는 이에 응하거나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면 된다. 콜옵션 행사 때 적격 상장과 같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모멘티브 주식 가치가 하락하면 SJL파트너스 보유 지분을 되사오기 위한 부담은 커진다.

      회사는 SJL파트너스의 드래그얼롱 권리를 파생상품으로 반영했다. 모멘티브 지분 가치 하락으로 부채로 잡아야 하는 규모도 늘어났다. 드래그얼롱 행사 시기는 2024년 5월 이후로 당장 부담이 현실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손익엔 악영향을 미친다. KCC는 드래그얼롱과 관련해 1225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다른 관계자는 “컨소시엄 주주간약정 사항이라 FI에 어느 정도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멘티브 기업가치 하락이 파생상품 평가손실 확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KCC가 모멘티브와 관련해 반영한 손실은 지금까진 대부분 ‘회계상 손실’이다. 모멘티브는 대체로 3개월 단위로 재고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C가 작년 모멘티브를 인수한 후 불거진 재고 평가 문제는 일단락됐을 것이란 시선이 있다. 진행 중이던 소송이 결론이 나며 일회적 손실이 확정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실적 수치가 급격히 개선될 지는 미지수다. 기업의 본원적 역량이 망가진 것은 아니란 평가가 많지만 매크로 악재가 다시 덮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잠잠해지던 시점에 코로나가 대확산했다. 당분간 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 공장이 대부분 몰려 있어 수요가 있다쳐도 대응하기 쉽지 않다. 모멘티브는 생산 물량을 줄여 수요 감소에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면 이익 창출도 어려워진다.

      올해부터는 모멘티브의 손익이 KCC에 그대로 반영된다. 작년까지는 모멘티브를 관계회사(지분율 45.49%)로 분류해 지분율에 따른 손익을 반영했지만, 올해는 쿼츠(Quartz) 사업부문이 분리되면서 지분율이 50%로 올라 종속기업이 됐다. 모멘티브의 성과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