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환 리스크' 커진 유통업계, 채안펀드 편입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20.04.06 07:00|수정 2020.04.03 15:20
    채안펀드, AA급 대형 유통사들 편입 가능성 주목
    롯데 4750억·신세계 1900억 회사채 4월 만기도래
    코로나로 인한 부진 입증 다소 애매하단 지적도
    •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유통기업들의 편입 범위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차환 리스크에 직면한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사 대부분 채안펀드 기준치를 충족하고 있어 차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펀더멘탈 악화라고 보기엔 입증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편입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과 항공 등 코로나 바이러스로 타격이 큰 업종들이 채안펀드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대한항공(BBB+), 아시아나항공(BBB-) 등 항공사 대부분 신용등급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자 유통 기업들은 기대감이 커졌다. 채안펀드가 제시하는 기준치를 대부분 충족하는 데다 채권 발행규모가 커 상환을 앞둔 물량도 많다 보니 편입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유통 계열사들, 현대백화점, 호텔신라 등은 대개 AA급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롯데하이마트(AA-), 신세계푸드(A+), 신세계조선호텔(A-) 등 기준치에서 다소 미달하는 계열사들이 있지만 대부분 신용등급이 우량하다. 당장 내달 만기도래할 회사채 규모가 큰 롯데그룹(4750억원)과 신세계그룹(1900억원) 등은 채안펀드를 통한 물량 차환 기대감이 더욱 크다.

      유통업계는 그간 좋지 않았던 업황이 코로나로 체력이 더 떨어졌기 때문에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업계는 차환 리스크를 기준으로 보면 이들의 유동성 위기가 그리 크진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차환 발행 준비가 당장은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차질이 생겼지만 기업어음(CP)을 통한 단기 유동성 확보로 대응 중이었다. AA급 대형 유통사가 단기 유동성 고갈로 차환이 안 될 가능성은 낮아 유동성 위기 수준도 크지 않다고 본다"라는 입장이다.

      코로나로 인한 부진 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당초 명목을 고려한다면 우량 유통기업의 채안펀드 편입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린다.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쪽에선 이들의 유동성 고갈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입증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항공업과 달리 유통업은 그래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사업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유통기업들의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4.3%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한 대면 접촉 기피 현상에 따른 것이다. 결국 판매 채널만 달라진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위주 몇몇 유통기업은 뺨 맞아야 할 때 맞은 상황이 아닌가 싶을 만큼 지난해부터 부진을 이어왔다. 코로나 전에도 업황 악화로 기업의 원리금 상환 능력 의구심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의 부진이 단순히 코로나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후에 실적 악화로 피해 업종임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지원에 있어서 우선적이진 않을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결국 채안펀드에 편입될 경우 대기업 특혜 시비와 함께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다른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기업의 자본시장 영향력에 따라 지원강도도 달라질 수 있는데 특히 롯데와 신세계 등 우량 회사채를 위주로 지원해줄 경우 기업 규모에 따른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도 있다"면서 "원래 유통업 자체가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괜히 정책 수혜를 받아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일각에서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