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없다”…신평사 정기평가 돌입에 긴장감 고조
입력 2020.04.07 07:00|수정 2020.04.09 09:20
    4월 정기평가 시즌 시작
    신평업계 "발빠른 경고·면밀 검토 나설 것"
    코로나 장기화 여부 따라 영향 정도 갈려
    •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 평가 시즌이 시작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올해 긍정적으로 전망된 업종이 없었던 만큼 하향 기조가 거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만큼 신평사들은 잇따라 선제적인 ‘경고’를 던지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20일 한화손해보험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감사 보고서만 나온 뒤지만 올해도 저금리 기조 등 수익성이 개선될 뚜렷한 기대 요인이 없어 바로 조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별도 기준 610억원의 당기순손실 발생으로 적자전환했다.

      정기 평정 시즌 바로 전인 점을 고려하면 발빠른 조정이라는 평가다. 통상 지난해 결산이 마무리된 주총 후, 혹은 1분기 실적까지 확인한 5월 들어 등급과 전망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해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부정적인 점 등을 반영해 조금 더 정기평가를 앞당겨서 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리스크를 파악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려가 되는 기업이나 업종에 대해서는 보고서 발간이나 등급 전망 변경 등으로 시장에 워닝(경고)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올해 등급이 내려가는 회사는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신평업계 중론이다. 작년 실적도 대부분 그 전해보다 나빠졌을 뿐만 아니라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실적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항공과 정유 등 업황이 급격이 나빠진 회사들은 신용도 하락 위기에 직면했다. 글로벌 입국제한조치 등 항공사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회사채(무보증사채) 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 ‘BBB+/안정적’, ‘BBB/안정적’에서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또 국제유가 급락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이 악화하자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GS칼텍스의 등급을 BBB+에서 BBB로, 에쓰오일(BBB)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우량기업이나 비교적 크레딧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전망되던 업권도 안심할 수 없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31일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증권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증권업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에 이어 국내외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우발채무 관련 리스크가 대두하면서 크레딧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신평사 측은 익스포저가 큰 대형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각 회사별로 대응 능력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S&P는 이달 현대차그룹 계열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코로나 확대로 인해 글로벌 차량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코로나 영향이 큰 일부 기업들은 지난달 급히 체크를 하고 리스크 검토를 했는데 이런 부분을 반영해서 우려가 높은 기업들부터 먼저 정기평가를 시작할 것”이라며 “(코로나 같은) 쇼크가 지나가면 실적이 회복될 기업들은 사업적인 펀더멘털이 무너졌다고는 보지 않지만 지금 상황이 장기화할수록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어 어느 업권을 막론하고 영향을 어떻게 받을지 검토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