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국내 초대형 IB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
입력 2020.04.07 20:26|수정 2020.04.07 20:34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7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했다.

      하향조정 검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글로벌 및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증권사들의 수익성, 자본적정성, 자금조달, 유동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들 증권사는 파생결합증권 관련 거래, 단기금융업과 우발부채, 저금리 환경 하의 리스크 선호 확대에 따른 해외자산과 부동산 자산 증가 측면에서도 취약성이 확대됐다.

      특히 무디스는 글로벌 및 국내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국내 증권사의 수익성과 이익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당한 규모의 채권 및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자산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들 증권사는 자체헤지 파생결합증권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며, 헤지거래로 인해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 2020년 2월말 기준 국내 증권산업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5조원이다.

      무디스는 이들 증권사가 단기적으로 다수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파생상품 트레이딩 마진계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원화 및 외화 유동성 확대와 투자자의 집중적인 환매 가능성, 헤지거래의 손실 가능성 확대,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불완전판매 주장 제기 등 사회적 리스크의 확대 등이다.

      또한 최근 3년간 이들 증권사의 우발부채가 증가했고, 2019년 9월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율 평균이 62%에 달했다. 우발부채는 주로 건설 프로젝트나 딜 파이낸싱을 위한 신용보증 또는 유동성 보증과 관련돼 있다. 경제성장 둔화로 건설 프로젝트의 퀄리티 및 관련 자금조달이 약화될 수 있으며, 다수 프로젝트의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및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대체투자 자산 판매 증가도 지적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매입한 자산을 리테일 투자자 또는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장기간 펀딩을 유지해야 하고 자산평가손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코로나 확산으로 상당한 영향을 받는 산업에 대한 독자적인 익스포져가 있다고 평했다. 안방생명보험으로부터 미국 호텔 자산 인수 및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 등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거래들이 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와 관련해 이러한 거래가 계획대로 이행되는지 여부와 거래 취소 또는 거래 완료 시 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의 영향을 평가할 것이다. 또한 전통적인 증권업 이외의 부문에 투자와 관련해 전략, 경영 및 기업 전략이 리스크 특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다.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수년간 파생결합증권 발행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자금조달 구조와 유동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은 단기금융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어 자금조달 및 유동성이 추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타 증권사 대비 레버리지가 소폭 낮은 수준이며 자산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아 완충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모기업의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은 모기업인 삼성생명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보통 수준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높은 수준으로, KB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을 보통 수준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