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호조에도 외국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입력 2020.04.08 07:00|수정 2020.04.07 18:08
    1분기 영업이익 6.1조 예상...발표는 6.4조
    장 초반 반짝 5만원 돌파했다가 하락 돌아서기도
    외국인은 여전히 '셀 코리아'...삼성전자도 '무관심'
    코스피 1800, 연기금의 부자연스러운 순매수가 만들어
    •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분위기에는 물음표만을 남겼다. 우호적인 상황에도 불구,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는 계속됐고, 삼성전자에도 의미있는 순매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야간 선물과 연계한 연기금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코스피 지수 1800 탈환을 이끌었음에도, 개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삼성전자는 5만원선 안착에 실패했다. 적어도 지금은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장격인 삼성전자보다는, 장중 미국 증시 야간 선물이 국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7일 2020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8조~10조원 안팎에서 5조7000억~5조8000억원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예상치의 중간값인 6조1000억원 돌파 여부가 중요한 가늠좌로 부상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000억원이었다. 2월부터 이어진 최악의 수요 부진에도 선방한 수치였다는 평가다. 특히 서버향 디램(D-RAM) 수요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며 반도체 사업부문에서만 4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20의 흥행 부진과 가전 부문의 수요 축소를 반도체가 커버한 셈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국내 핵심 제조업체의 1분기 실적이 최악을 면했다는 사실은 증시에 어떻게 반영됐을까.

      장 초반 안도의 매수세가 달라붙았다. 주로 개인투자자들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5만원선을 회복했다. 상승은 계속되지 않았다.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오후 들어선 4만9000원까지 밀리며 전일 종가(4만8700원)에 근접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 패턴을 보인 것이다. 장 막판 투신으로 추정되는 추정되는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5만원을 회복하진 못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삼성전자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 거래량은 2800만여주, 거래대금은 1조4000억여원에 달했는데, 이 중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었다. 3월 이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5조원가량 팔아치웠다.

      이날 국내 증시가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삼성전자가 아닌, 미국 주요 지수 야간 선물이었다. 이날 S&P500, 나스닥 등 미국 주요 지수 야간 선물은 장 초반 2%대 약세로 시작했다가, 국내 증시가 오후장에 접어든 1시를 기점으로 급상승을 시작했다.

      이탈리아가 5월4일부터 점진적으로 이동 중지 철회를 시작한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4월30일부터 미국의 이동 중지를 풀 수도 있다고 언급한 덕분이다. 코로나19 이슈가 끝자락에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힘을 받으며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다.

      '4월 위기설'이 여전히 회자되는 가운데, 넘치는 유동성이 작은 호재에도 글로벌 증시를 밀어올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증시의 분위기를 코스피 지수에 반영하는 역할은 연기금이 맡고 있다. 최근 연기금 매매 동향은 미국 야간 선물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야간 선물에 연계된 프로그램 매매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7일에도 연기금은 오후 2시 이후 단 1시간30분동안 12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집중했다.

      이런 연기금의 장 막판 '묻지마 매수'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인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자금이 4월15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론 환기를 위해 '종가 관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현장의 일부 운용역들 사이에서 제기될 정도다.

      반면 이날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900억여원을 순매도했다. 3월4일 이후 24거래일 연속 순매도 중이다. 본격적인 '셀 코리아'가 시작된 2월24일 이후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누적액은 18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결국 이날 국내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하며 1800선 안착에 성공했지만, 연기금이 막판 부자연스러운 매수세를 보였다는 점과 외국인의 무관심이 지속됐다는 점 등에서 찝찝한 뒷끝을 남겼다는 평가다.

      증시의 다음 시선은 9일로 예정된 선물옵션 만기일로 모인다. 3월과 다르게 4월 월물 만기에는 눈에 띄게 하락에 베팅한 주체가 없었다. 금융투자를 위시한 국내 기관들은 대부분 코스피 1700~1800지수대 상승에 베팅했다. 한 차례 만기에서 결제가 이뤄진 후 다시 방향 모색이 시작 될거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상승이 지지부진한 사이 '동학개미'들의 수급은 뜨거운 상승률을 보여준 코스닥 바이오나 원유 관련 파생상품으로 분산된 것 같다"며 "지금의 증시는 기대감이 밀어올린 지수대인만큼 실물 경기가 증시에 반영되는 과정을 수 차례 거치며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