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이스크림 사라지나…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M&A 독과점 논란
입력 2020.04.09 07:00|수정 2020.04.09 17:36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시 시장점유율 43% 육박
    아이스크림 업계 사실상 빙그레-롯데가 양분
    집중도 높아지면서 독과점 이슈 면밀한 관찰 필요
    빙그레 가격협상력 높아지면 반값 아이스크림 사라질수도
    • 배달의 민족이 독과점 이슈로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아이스크림 업계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사실상 롯데와 양강체제를 구축하면서 가격 담합 우려 등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빙그레가 가격정찰제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할인 경쟁을 벌이며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도 그 여파가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달 31일 빙그레는 이사회를 열고 해태제과식품의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주 전량을 1400억원에 인수한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업계 1위로 오르게 된다.

      아이스크림 시장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를 필두로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롯데푸드로 이뤄진 ‘빅4’가 아이스크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제과는 29%, 빙그레는 26.9%, 롯데푸드 15.8%, 해태아이스크림은 15.3%의 점유율을 보인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면 합산 점유율은 43%에 이르게 된다. 이 경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회사를 인수할 경우 기업결합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과점 이슈도 같이 살펴보게 된다. 빙그레는 4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보이고 있으며, 해태아이스크림 매출액도 2000억원이 넘어서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빙그레 측도 “기업결합 신고 대상에 해당이 되어 공정위 심사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이때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같은 계열 회사는 하나의 사업자로 분류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하나의 회사라 본 다는 뜻이다. 이 경우 롯데계열의 아이스크림 업체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의 시장점유율의 합이 90%에 육박하게 된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만 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가 되어 독과점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 다만 공정위가 단순하게 시장점유율로만 이를 판단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심사 결과를 지켜봐여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뿐만 아니라 실제 독과점으로 인해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지가 주요 판단 요소이다”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업계가 축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크림 소매점 매출 규모는 2016년 1조9618억원에서 2017년 1조6837억원, 2018년에는 1조6291억원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감소하면서 시장이 축소하는 가운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로 시장을 한정짓느냐 해외까지 넓혀서 살펴보느냐에 따라 독과점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등 전 국민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특히 빙그레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배민 사태로 독과점에 대한 국민정서가 부정적이란 점에서 그 어느때보다 깐깐하게 공정위가 독과점 이슈를 심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배달앱 시장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시장도 대표적으로 가격담합 이슈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업종이다.

      반값 아이스크림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도 아이스크림 회사끼리의 경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매번 가격정찰제를 통해서 아이스크림 가격경쟁을 피하려고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럼에도 빙그레는 지난해 아이스크림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제를 재추진하는 등 가격정찰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아이스크림 시장이 롯데와 빙그레로 집중화되면 이전보다 이들이 아이스크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커진다. 업체들이야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아이스크림 가격정찰제를 밀어붙이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반값 아이스크림을 못 볼 수 있다. 이처럼 빙그레 발 아이스크림 업계 재편이 소비자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거래를 자문하는 자문사들도 기업결합 심사로 거래 종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 로펌 관계자는 “시장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