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고가 인수, 수수료 개편후 연간 5000억대 이익 예측한 탓?
입력 2020.04.09 07:00|수정 2020.04.09 17:39
    DH, 배민 통해 장기적으로 EBITDA/거래액 5~8% 달성 계획
    독점 사업자 + 수익 모델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 높다고 평가
    수수료 모델 변화 M&A성사 필수요건일수도…회사측 "무관하다"
    •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배민)에 인수에 무려 4조8000억원이란 높은 가격을 책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작년말 인수가 공식화되면서 투자업계에서는 '고가인수' 논란이 적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수수료 개편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화가 있어야만 독일 DH가 계획했던 M&A 시너지와 현금확보안이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 경우 현재 여론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 M&A성사를 위해 수수료 개편이 불가피하고 언젠가는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 딜리버리히어로(DH)는 지난해 말 배민 인수 발표 직후 투자자설명서(IR)를 통해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를 공식 발표했다. 당시 인수가격인 4조8000억원은 2019년 예상 연간 거래액 대비 0.6배 수준 가격에서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역산해보면 이때 배민의 GMV는 약 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눈길을 끄는 지표는 회사가 밝힌 '거래액(GMV) 대비 EBITDA 마진율' 전망치다.

      배민의 해당 지표는 2016년 0.1% 수준에서 지난 2018년 1.1%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DH 측은 이번 M&A로 배민의 장기 예상 EBITDA 마진율이 거래액(GMV)의 약 5~8% 수준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따라서 추후 거래액(GMV)을 보수적으로 10조원으로 추산하더라도 연간 EBITDA만 5000억원에서 8000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즉 배민이 벌어들이는 마진율을 높이면 한해에 5000~8000억원의 이익을 벌수 잇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4조8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인수대금도 사실은 '요기요+배민' 체제에서 최소 6년이면 전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양측의 미래 청사진이란 시각도 있지만, 업계에선 이번 M&A로 인한 독점 효과를 고려할 때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우선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회사의 연간 평균 GMV 성장률은 67%에 달했고, 어느정도 궤도에 오른 지난해도 전년 대비 65% 성장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점유율 99% 독점회사가 탄생하는 만큼, 단기간엔 국내 GMV 성장 전체를 고스란히 DH가 누리는 구도다.

      결국 남은 변수는 'GMV 대비 EBITDA 마진율'을 계획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에 있다. 최근 정치권 개입까지 촉발한 수수료 개편의 핵심도 결국 안정적 EBITDA 창출방안과 연계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직접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얻는 요기요·배달통와 달리, 배민은 광고 등의 모델로 이를 우회해 수익을 거둬왔다. 3사간 수익모델이 '정률화'로 통합되는 작업만으로도 EBITDA마진율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또 고정비 부담이 적은 업종 특성상 추후 수수료 조정은 고스란히 수익(EBITDA) 확대로 이어진다.

      IR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DH는 향후 수수료 현실화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투자자가 배민의 추정 수수료율이 6%대로 평균 대비 낮은 점을 지적하자 "한국의 레스토랑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중 우리는 이제 겨우 '표면을 긁어내는 수준'에 있다"며 "비록 현재 전사평균 대비 한국의 수수료율이 낮더라도 EBITDA/GMV 관점에서는 향후 다른 시장과 유사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 답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확정된 수수료 개편안이 배민 입장에서 DH 합병 이전에 종결시켜야할 일종의 선결 조건으로 합의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이번 M&A와 수수료 개편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