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등급 강등은 이제 시작…기업·투자자 발 동동
입력 2020.04.24 07:00|수정 2020.04.23 17:51
    소비재·정유 등 등급 전망 '부정적' 조정
    계속되는 코로나 여파에 신평사 '경고음'
    등급 하향 우려에 투자자들도 '몸사리기'
    •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줄 모르면서 ‘보이지 않는 위험’인 신용위험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기평가 시즌에 들어간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하자 조만간 대거 등급 강등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안이 계속되면서 정책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크레딧 시장 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코로나 영향이 큰 산업군의 기업들은 이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화관 관객이 급감하면서 메가박스중앙(A-)과 롯데컬처웍스(A+)는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CJ CGV(A+)는 하향검토 대상에 등재돼 강등 위험에 직면했다. 호텔롯데(AA)와 호텔신라(AA)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랐다. 정유사도  최근 유가 및 정제마진의 급락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SK에너지(AA+), S-Oil(AA+)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신탁 원본 회수 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자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이 하향됐다.

      신용평가사들이 A급 이상 기업들을 포함해 등급 전망을 연이어 조정하면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면 3~6개월 안에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코로나로 인한 기업 신용등급 하향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다. 현재 등급 전망 혹은 등급이 조정되고 있는 기업들은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부터 신용 위험이 큰 산업군이다. 코로나가 산업 전반의 개별 기업 실적과 재무건전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우선 위험이 큰 기업부터 검토에 나서고 있다. 등급 조정은 적어도 1·2분기 실적까지 확인한 이후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 상황이 여전히 좋지않아 수출기업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실물경제 위축으로 나타날 부정적 영향이 가늠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4~5월 이후 등급 하락이 집중될 수 있어 투자자들도 일단 적어도 1분기 잠정실적까지는 확인을 하겠다는 분위기다. 모두가 부정적인 예상을 하고 있지만, 막상 ‘최악’이 나올 경우 시장에 충격이 클 것이란 우려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크레딧 시장 차환 만기는 실제 수요로는 안되고, 정책자금이 나오니까 수요를 채워서 움직이고 있지만 투심은 여전히 반신반의인 상황”이라며 “크레딧 시장이 상당히 보수적인 만큼 변동성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금시장의 신용 리스크 영향은 대기업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솔루션(AA-)은 이달 13일 2100억원의 회사채 사전 청약에서 8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 한화그룹의 3개 계열사가 통합해 새로 출범한 주력 계열사지만 ‘부정적’ 전망이 붙은 영향이 컸다. 투자한 회사채의 등급이 하향되면 채권가격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따르게 된다. 이에 수요예측에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불참하면서 기관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기업들도 예상되는 신용 위험 대비에 나섰다. 지난달 롯데쇼핑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신용등급과 등급 전망 철회를 요구했다. 롯데쇼핑은 해외채 발행 계획이 없어서라는 설명이지만 2월 무디스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추가 강등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철회 전 롯데쇼핑의 등급은 투기등급 직전인 ‘Baa3’였다. KCC도 이달 ‘사업상의 이유’로 무디스의 등급을 철회했다. 지난해 11월 무디스가 등급을 한 단계 내렸고 지난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등급을 하향하자 추가 강등 우려에 따른 요청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5월 이후 ‘신용 위기’가 올지 여부는 '코로나 쇼크'의 장기화에 달렸는데, 전세계로 번진 만큼 충분히 우려를 하고 있지만 단순 실적 저하만으로 하향이 이어지진 않고 재무건정성 등 여러 측면을 확인할 것”이라며 “어쨌든 우량 기업들은 차환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으니, 혹여나 외생 변수때문에 차환이 안되는 경우 채안펀드 등 정부의 역할이 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