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채권단 출자전환 거론…박삼구 회장 지분 감자는?
입력 2020.04.24 07:00|수정 2020.04.27 10:10
    자본잠식에 출자전환 필요성 커져…채권단 “검토할 수도”
    대주주 지분 先감자가 일반적…박삼구 회장 특혜 논란도 부담
    M&A 진행과 배치 딜레마’…코로나 파장이 핵심 변수될 듯
    •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들이 신규 유동성을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자본잠식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채권단이 출자전환 등 추가 지원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는데, 그에 앞서 대주주의 지분을 감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진행 중인 M&A의 계약 조건을 바꾸긴 쉽지 않지만 전례없는 위기 상황이라 채권단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국책은행들은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자금 소요엔 대응할 수 있게 됐으나 계속 쌓이는 적자로 자본잠식이 가속화하는 것은 별개다. 채권단이 출자전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채권단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요청이 있다면 출자전환도 검토하겠다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을 때의 부담을 감안하면, 인수자에 어느 정도 편의를 봐주고 거래를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출자전환과 병행해 기존 대주주인 박삼구 회장 측의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국책은행이 기업에 큰 돈을 투입하면서 기존 대주주의 주식을 감자하지 않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주주 감자, 채권단 출자전환 및 경영권 지분 확보가 전형적인 구조조정 방식이다.

      2016년엔 현대상선 대주주 7대 1 무상감자를 통해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3년엔 STX조선해양, 2014년엔 동부제철 등 부실이 큰 기업들의 대주주 100대 1 차등감자가 이뤄졌다. 더 거슬러가면 2002년엔 쌍용양회 대주주 지분 완전 감자가 단행됐다. 그 외에도 사례가 많다.

      특히나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중추 역할을 하며 기업 가치가 많이 훼손됐다. 대주주와 오너 일가의 경영부실 책임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책은행이 많은 돈을 넣으면서 ‘책임있는 대주주’의 지분 값은 그대로 챙겨줄 명분이 크지 않다. 박삼구 회장도 2010년 금호산업 100대 1 차등감자를 감수한 이력이 있다. 2012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팔아 마련한 2200억원을 금호산업에 쏟아부으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기업의 자본을 확충해주면서 기존 대주주의 주식을 감자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느냐”며 “대주주 지분을 감자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정부가 책임있는 대주주를 지원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으로서는 대주주 감자의 명분과 별개로 지금 M&A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고민거리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지원하든 나아가 출자전환을 하든 모두 기존 M&A 계약 조건을 수정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 감자는 중대한 계약 조건이 달라진다. 지분 전체를 감자한다면 거래 규모가 2조5000억원에서 2조1772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대주주 차등감자 안을 꺼낸다면 지금까지 추진된 매각 방식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대주주 감자를 압박카드로 쓰기도 했다. 금호그룹이 그에 밀려 연내 계약 체결까지 마무리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감자가 거론되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박삼구 회장 측으로서는 과거 경영에 대한 책임론과 이번 코로나 사태로 회사가 어려워진 것은 별개 사항임에도, 추가 책임을 묻는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그룹의 바람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것만으로도 대가를 치른 셈이란 시선도 있다.

      지금까지 거래를 없던 일로 돌리고 대주주 감자, 채권단 출자전환, 유상증자 방식 매각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계약 해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장기화할 것이고, 회사는 더 망가질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먼저 이를 요구한다면 거래 완주의 진정성부터 의심받을 것이란 지적이다.

      거래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M&A 성사가 급하지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 순위는 아니다”면서도 “보통의 경우라면 대주주 감자에 나섰겠지만 M&A 진행 내용과 배치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결국 코로나 사태가 아시아나항공에 얼마만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느냐가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예정에 없던 자금 지원에 나섰고, 추가 부담도 감수할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초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주주 감자는 필요없다고 밝혔지만 그 때는 자본잠식 상황이 아니었을 때다. 지금은 상반기에도 완전 자본잠식에 가까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만큼 회사상황이 어렵다는 점이 기존에 적용됐던 '원칙'에 대한 재검토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각종 위기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전례없는 위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라면 꼼수라며 비판받을 정책들도 ‘변칙적인 수’ 정도로 용인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