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된 코스피, 최근 2주간 스쳐간 테마주만 10여 가지
입력 2020.04.27 07:00|수정 2020.04.29 11:42
    4월 둘째주 이후 횡보장에 '자극 센' 테마주 손 대
    이틀새 9000억 몰린 쌍용양회, 벌써 손실 구간 진입
    예탁금 이틀 연속ㆍ대규모 감소...잃고 떠난다?
    "개인투자자, 방향성 잃고 수급에 휩쓸려"
    • 국내 증시에 유입된 일부 투자 자금들이 점점 더 위험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뜬소문에 의지하는 이른바 '테마주'가 성행하며, 유동성과 주목도만으로 주가를 들어올렸다 내팽겨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역사적인 반등을 맛본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2주간 횡보장을 맞딱뜨리며 테마주 투자의 유혹에 속속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핵심 대형주를 저가에 매수해 상승 국면까지 버티겠다는 '동학개미운동'은 이미 와해된 것과 다름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달 중순 이후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던 테마 주제만 10여 가지에 이른다. 일단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 테마 ▲백신 테마는 유명하고, 이후 ▲총선 관련 정치인 테마주 ▲남북경제협력주 최근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소문에 따라 ▲방위산업주, 또 대통령이 발표한 뉴딜 정책에 따른▲건설ㆍ인프라주, 이어서 ▲원유관련 파생상품까지 쉴 새 없이 '증시 주도주'가 변화했다.

      특정 정치인 관련주로 알려진 남선알미늄의 경우 3월 개인 총 순매수 규모가 7000억원대였지만, 4월에는 23일까지만 8조8700억원의 순매수가 잡혔다. 방산주로 분류되는 풍산 역시 3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이었지만 4월엔 1조원 이상 매수세가 들어왔다. 국내 시멘트 1위 회사 쌍용양회는 그간의 소외가 무색하게 4월 22~23일 이틀 동안에만 9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가 쏟아져 들어왔다.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테마'로 떠오른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테마에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는 개인 자금에 우려가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지부진했던 2018~2019년 연거푸 손해만 보던 시절의 투자 패턴을 다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개인적으로 남북경협주가 주목받는 장세를 정말 싫어하는데, 우리 쪽에서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북한에서 받지 않으면 그냥 없는 것으로 돼버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주식까지 수급으로 주가를 밀어올린다는 건 단순한 도박ㆍ투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자금 흐름의 배경으로는 최근 2주간의 보합세가 꼽힌다. 4월 초 저점에서 40%가량 반등해 1800선에 안착한 코스피지수는 이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딱히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하루 20%씩 변동성이 터지던 레버리지ㆍ인버스2배 상장지수펀드(ETF)조차 요 근래에는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하순 이후 2주간의 급반등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과 단기 고수익을 만낀한 개인자금들이 벌써 싫증을 느낄만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역시나 개인 자금은 4월 초부터 슬금슬금 바이오, 원유 등으로 이탈하기 시작했고, 최근엔 대형주보다는 낙폭과대주, 그날 그날 급상승이 나오는 테마주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의 끝이 별로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예컨데 뉴딜 정책 발표 직후 급등했던 건설ㆍ인프라 관련주의 주가 상승세는 하루 이상 가지 못했다. 거래가 몰렸던 쌍용양회의 경우, 22일 장중 최고가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불과 이틀 새 10% 안팎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단키트주에서도, 정치인 테마주에서도, 원유 관련 상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증시 체질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3일 국내 투자자예탁금 총액은 44조2470억여원으로 전일 대비 1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3월 이후 일일 감소 규모로는 최대 폭이다. 이틀 연속 예탁금이 줄어든 것도 올해 2월 이후 드물었던 일이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증시에 쏠린 자금 중 일부가 단기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이탈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사이 '동학개미'들이 주목받은건 '대형 우량주'를 '장기 투자'하겠다는 목적성이 뚜렷하게 보여 '예전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인식을 줬기 때문"이라며 "테마주를 따라다니는 지금의 자금 쏠림을 보면 이번에도 끝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