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시동건 현대차…대규모 투자·유동성 경색 대비
입력 2020.04.27 07:00|수정 2020.04.28 10:01
    불확실성 대비 현금 확보 차원
    대규모 투자 지출 계획중
    '코로나 쇼크'에 업황 악화일로
    • 현대자동차가 다음달 3000억원 이상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신용등급이 ‘AAA’에서 ‘AA+’로 떨어진 후 첫 발행이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28일로 예정됐다.수요예측 후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 발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에서는 증액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기아자동차는 이달 14일 33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200억원의 수요를 확보해 발행 규모를 6000억원으로 늘렸다.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좋진 않지만 현대차를 향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양호한 분위기다. 이번 발행은 현대차의 4년만의 공모채 시장 복귀고, '현금 부자'인 우량기업이니 투자자들도 금리 메리트가 붙는다면 더 많이 들어가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코로나 쇼크'로  자동차 업계의 유동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조달을 시작으로 현대차가 본격 현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는 14조~15조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위기 상황을 최소 몇 분기 동안은 버틸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이 힘든 만큼 장기화를 대비한 '비상금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확대로 자동차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은 큰 폭으로 확대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 완성차 공장들은 셧다운에 들어갔다.이에 1차 협력사를 중심으로 ‘돈맥경화’(일시적 유동성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수요 위축도 본격화됐다. 3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2월 말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셧다운 장기화에 대비한 현금 확보에 돌입했다. 지난달 미국의 포드는 크레딧 라인으로 154억달러(약 19조원)를 조달했고, 추가로 80억달러(약 10조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포드는 올해 배당금도 지급 중단을 발표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코로나 여파가 큰 만큼 현대차도 향후 유동성이 경색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일단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해외 공장은 생산중단에 들어가는데 고정비는 나가는 등 일시적으로 현금 소진이 많아질 수 있으니 기존 채권 만기차환과 더불어 더 여유롭게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계획된 대규모 투자도 현금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해 향후 6년간 기존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기술에 총 6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매년 10조원 안팎을 투입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올해 현대차의 시장 조달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올해 초 코로나가 발발하며 과연 기존 계획을 그대로 진행할 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아직까지 투자 계획에 큰 조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IR에서 올해 예고한 투자 관련 "시기를 놓칠 수 없어 필수적인 투자는 진행할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대규모 투자 집행과 더불어 당분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현금 확보를 미룰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올해 실적이 코로나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무디스도 현대·기아차의 등급하향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의하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6% 감소한 7126억원이다. 기아차는 1분기 영업이익이 28.6% 감소한 3650억원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향후 어려움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계약취소 추세로 볼 때 5~6월에 완성차 생산·수출 감소폭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완성차 판매량의 63.1%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지역 차량 판매가 감소하며 장기 부진이 예상된다. 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2020년 지역별 판매량이 북미 약 15%, 유럽 20%, 국내 5%, 중국과 신흥시장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쪽에서도 4월 들어 단기 유동성 관리 집중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장 조달과 더불어 미국과 유럽 법인 크레딧 라인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투자계획은 그대로 가겠다는 입장인데 올해 영업현금흐름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 여러모로 부담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