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 많은 '라임 배드뱅크'…판매사 출자비중 논란에 회수지연 우려
입력 2020.04.27 07:00|수정 2020.04.28 10:01
    금감원, '배드뱅크' 대안 공개…판매사는 '난색'
    출자비중 결정·운용인력 모집 난항 겪을 우려
    일방적인 금융당국에 판매사 "비대면 늘릴 것"
    •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라임의 부실 사모펀드 처리를 담당할 '배드뱅크'를 고안해냈다. 출자 규모 및 비중에 대한 총 19곳의 판매사 의중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은 만큼, 회수가 지체되는 등 배드뱅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환매 중단 펀드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수료인 50억원 규모를 판매사들이 출자해야 한다. 사고는 라임이 치고 책임은 판매사가 진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추후 출자한 만큼 회수 자산을 가져가는 데도 논란이 예상된다. '뒷수습용' 운용사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지원할 인력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판매사에 라임 부실펀드 청산을 위한 '배드뱅크' 구상을 통보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이 발견되며 금융당국이 라임 경영진에게 자금 회수를 맡기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다. 배드뱅크를 맡는 운용사는 신규 영업을 하지 않고 라임의 부실펀드 청산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이틀 뒤 일부 판매사는 배드뱅크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감독당국에 송부했다. 물론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사들이 최종적으로 합류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다소 잡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대부분의 기관이 참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출자 규모나 방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출자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에서 매년 발생하는 30억원 규모의 수수료 납부를 위해 이루어진다.

      가장 큰 출자비중을 차지할 유력 후보로는 신한금융투자가 꼽힌다. 라임에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해주는 등 라임 사태와 연관된 게 많다는 평가다. 통상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증권사들로부터 TRS 대출을 받아왔기 때문에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다만 추후 배드뱅크 출자 비중에 따라 추후 회수자금 분배 문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신금투에는 라임 사모펀드의 부실을 알면서도 눈감아줬다는 의문이 쏟아져왔다. 배드뱅크에 높은 비중으로 출자한 신금투가 회수액을 많이 가져가도 논란이 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배드뱅크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자 규모 결정 시 판매사의 의견을 한 데 모오는 것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드뱅크를 통해 라임의 부실펀드를 회수할 운용사 인력을 구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출자 규모와 비중을 결정하는 것에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평가다. 판매사들마다 라임펀드 투자자 대상 배상 방식이 다르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라임 펀드에 대한 자율 배상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배드뱅크 출자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라임 펀드의 명확한 손실 규모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라임의 펀드 순자산 규모가 6조원에서 2조원 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환매 중단된 라임펀드의 투자 구조는 자펀드가 모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인 만큼 차액인 4조원이 모두 손실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손실 규모를 알지 못한 채 운용사가 새로이 출범되면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뒷수습을 위해 꾸려진 운용사에 선뜻 지원할 인력이 적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라임이 신규 영입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주축으로 20명 규모의 운용사가 꾸려질 예정이다. 라임이 운용해 온 모펀드 ▲ 플루토 TF-1(해외 무역금융 펀드) ▲ 테티스 2호(코스닥 전환사채) ▲ 플루토 FI-D 1호(사모사채 및 부동산) ▲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무역금융 매출채권) 등은 전문성을 요하는 자산에 투자해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한 시장관계자는 "통상 운용사 인력들은 자신의 몸값을 부풀리려고 이직을 한다"며 "리스크를 모두 져야 하기 때문에 사후관리를 하기 위해 타 운용사로 이직하려는 인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운용사보단 부실채권(NPL) 전문 운용사에 부실자산을 매각해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운용사가 공개입찰을 진행해 회수하는 방법이 운용사를 설립하는 것보다 빠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최근 NPL이 염가에 판매되는 것이라 이익이 크지는 않지만 시장 관심이 커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라임의 부실펀드 책임을 일방적으로 판매사에 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판매사들은 향후 펀드 판매 관행에 변화를 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모펀드보다는 공모펀드 위주로 판매하고 불완전판매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비대면 판매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라임보단 은행에 피해 복구 책임이 쏠린 것에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는 앞으로 관리 잘하라고 하면서 최종판매자 은행에게는 불완전판매 여부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도의적 책임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제재사항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