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中 안방보험과 소송전...7兆 호텔 인수 '물거품'
입력 2020.04.28 10:37|수정 2020.04.28 10:37
    안방보험, '매매 계약 이행하라'며 美 법원에 소송
    미래에셋 맞소송 가능성 커...2~3년간 공방 이어질 듯
    소유권 분쟁ㆍ코로나19 확산으로 거래 이행 늦어져
    미래에셋 자본건전성엔 '다행'...무산이 득 될수도
    •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전에 들어갔다. 안방보험이 미래에셋을 상대로 지난해 체결한 15개 호텔 체인 인수 계약을 이행하라며 법원으로 향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매매계약(SPA) 체결시 설정한 인수 마감 기한을 넘긴데다, 소송전으로 인해 인수 계약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미래에셋의 맞소송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앞으로 2~3년간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안방보험은 27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계약을 이행하라'며 미래에셋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체결한 매매계약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미래에셋과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웨스틴세인트프랜시스 호텔 등 미국 내 럭셔리 호텔 15곳의 소유권을 58억달러(약 7조원)에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미래에셋은 계약금으로 7000억원을 납부했고, 거래 종료시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안방보험은 빨리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을 받아가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초 이 거래는 지난해 연내 완료될 예정이었다. 미래에셋그룹은 7조원 중 2조4000억원을 그룹 계열사가 수익권자로서 투자하고, 나머지는 담보대출을 통해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 미래에셋생명이 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요이 1900억원을 책임지는 구조였다.

      거래가 올해로 미뤄진 건 일단 안방보험의 실책이었다. 15개 호텔 중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6개 호텔에 대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안방보험의 회장이 중국 공안당국에 구속되고, 회사 소유권이 사실상 국유화되는 혼란을 틈타 SHR그룹이라는 유령회사가 권리증서를 조작한 것이다.

      안방보험이 소유권을 되찾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9월 소유권 불법이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초에야 소유권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매매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 올해 3월에는 이미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그룹의 4조6000억원 인수금융 현지 조달도 난항을 겪었다. 미래에셋은 거래 종료일을 하반기로 미루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안방보험은 10%, 7000억원의 추가 계약금을 요구했다. 이미 환불불가 조건으로 7000억원을 납입한 미래에셋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던 사이 4월17일로 설정했던 거래 예정 종료일이 지났다. 이 날까지 미래에셋과 안방보험은 계약 연장이나 자금 납입 기한 연기에 대해 명확히 합의하지 못했다. 그러자 안방보험측에서 먼저 '계약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이 맞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일단 매매 계약 체결 시점에서 안방보험의 관리 소홀로 소유권 분쟁이 일어났고, 이 때문에 거래 종료가 늦춰졌다. 소유권이 확보되지 못한 터라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 (CPㆍConditions Precedent)이 채워지지 못했고 이는 M&A계약에 있어 '중대한 부정적 사유' (MAEㆍMaterial Adverse Effect)에 해당된다는 논리로 예상된다.

      계약금에 대해 환불불가 조건이 달린 건 사실이지만, 거래 계약 자체가 이러한 이유로 파기된다면 7000억원의 계약금도 돌려받을 길이 있다고 보는 식이다. 물론 지루한 소송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2~3년간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국면에 럭셔리 호텔 체인 인수가 무산된 게 오히려 미래에셋그룹에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는 반(反)세계화(deglobalization) 경향을 띌 가능성이 부각하고 있다. 여행ㆍ호텔업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부정적인 수익성을 보일 거란 전망이 많다.

      호텔 인수를 앞두고 미래에셋그룹의 재무에도 상당한 우려가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특히 수익자 지분의 대부분을 담당하기로 한 미래에셋대우의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이 언급된다. 인수가 무산되면 당장 잠재 재무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평가다.

      미래에셋그룹은 "안방보험이 소송을 제기한 사안에 대해 사실을 확인했으며, 대응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