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초대형IB 證 신용등급 일단 유지, 부담은 여전"
입력 2020.04.29 14:14|수정 2020.04.29 17:20
    변동성 확대에 초대형IB 證 유동성 부담 '여전'
    영업실적도 부진…미래에셋 IB수수료 63.2%↓
    위험자산도 줄여야…한기평 "미래·NH 주시"
    證, 조달 포트폴리오 구축 등 대응방안 확보 중
    •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가 초대형IB 증권사(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시폭락으로 파생결합상품에 손실이 발생하고 IB 딜이 위축되는 등 코로나로 인한 손실이 가시화하는 만큼 증권사는 조달 포트폴리오 구축 및 위험자산 축소 등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초대형IB 정기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초대형IB 5개사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부여했지만 유동성 및 실적부담 수준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대형증권사들이 ▲ 유동성 ▲ 영업실적 ▲ 자산건전성에 타격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먼저 증권사들은 3월 중순 이후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등 자본시장에 찬바람이 불며 유동성 부담에 대응해야 했다. 아직도 초대형IB 5개사는 3개월 만기인 유동화대상 및 한도대출잔액 우발채무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우발채무가 클수록 단기 영향이 큰 만큼 대응 부담이 여전하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은 증권사에 대규모 단기자금 수요를 발생시켰다. 특히 자체헤지를 늘렸던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1~2조원 이상 해외 선물사의 마진콜에 대응하는 등 유동성 부담이 컸다. 이에 따라 3월에만 400억원~2000억원대에 이르는 헤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납부한 증거금을 대부분 회수하며 손실규모를 회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기평은 우발채무 부담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하면 유동성 부담이 다시금 고개를 들 수 있는 까닭에서다. 4월 초 대비 주가지수가 10% 하락할 경우, 마진콜은 최소 1000억원에서 4000억원까지 발생하게 된다. 또한 ELS에 대한 마진콜도 최대 1.5조원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파생결합증권 자체헤지 익스포저 부담을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발행한 ELS 등의 수익구조와 동일한 파생상품을 매입해 위험을 헤지하는 백투백(Back to Back) 헤지 파생결합증권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증권업 평가방법론 변경해 자체헤지 운용방식과의 차별성을 반영하기도 했다.

      또한 초대형IB 증권사들의 1분기 영업실적도 크게 저하됐다는 평가다. 특히 ELS, 상장주식, 이머징마켓 채권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까지 증권사들에게 수익을 안겨주던 IB부문은 딜이 위축되며 수익을 올리지 못했고 조달금리와 금융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1분기 IB 관련수익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4% 감소한 1387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한 모습이지만, IB 수수료수익은 전년대비 15.6% 줄어들었다.

      증권사의 자산건전성에도 '적색등'이 켜졌다. 초대형IB로 지정된 2017년부터 증권사들은 위험투자를 늘렸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특히 항공업, 해운업 호텔업 등에 대한 투자나 항공기, 선박, 호텔 등 실물자산·해외 PF 등이 위험투자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기평은 호텔 자산 익스포저가 큰 '미래에셋대우'와 해외 PF 및 호텔자산, 이머징마켓 채권 익스포저가 큰 'NH투자증권'을 중점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대형IB 증권사들은 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유동성 대응방안을 확보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속도를 조절해 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주가지수의 재차 하락이나 유동화증권 차환리스크에 대비한 유동성 대응방안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무엇보다도 위험자산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며 "미래에셋대우는 IB 부문 인력을 20% 정도 삭감하고 있는데 지금은 인력보단 위험자산을 줄여야하는 시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