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부실 커지지만 NPL은 직접 떠안아…업계와 '동상이몽'
입력 2020.05.01 07:00|수정 2020.04.29 17:44
    상호금융조합 연체율·신용위험 매년 상승세
    코로나로 부실화 우려↑…NPL업계 "매물 기대"
    상호금융, 농지·선박이 담보…NPL 직접 처리
    캠코 마저 "비중 미미"…NPL업계 기대와 달라
    •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융자하는 '상호금융조합'의 자산 건전성에 적색등이 켜졌다. 수익은 줄어드는 반면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며 건전성이 악화됐고 신용위험도 커졌다.  NPL 업계에서는 상호금융으로부터 많은 NPL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금융조합은 농민, 어민의 농지 및 선박을 담보로 대출을 집행하는 만큼 담보부 NPL을 타 기관에 넘기기 쉽지 않다. 일부 상호금융조합은 자산관리사를 두어 NPL을 직접 처리하고 있다. 다수의 상호금융조합과 부실채권 인수 관련 MOU를 맺은 캠코 조차도 상호금융조합의 NPL 비중이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PL시장의 인수자와 매도자가 '동상이몽'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호금융조합의 자산건전성은 매년 악화하고 있다. 총여신(총대출) 중에서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NPL 현황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년 동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1.75%였던 상호금융조합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9년 2.04%로 크게 올랐다.

    • 상호금융은 신협·수협·새마을금고·농협에서 조합원이 맡긴 돈을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제한된 형태의 금융이다.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에 따라 금리가 높고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호금융권이 다시금 주목받은 바 있다.

      상호금융의 자산건전성은 향후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주요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비은행 중소기업대출 196조5000억원 중 상호금융의 대출액은 151조3000억원으로 77%를 차지하는 등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세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의 대출금 상환능력은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현금 지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상호금융의 신용위험지수도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통상 가계신용위험지수는 가계대출의 부실화 위험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쓰인다. 2015년 상호금융의 가계신용위험지수는 10이었으나 올해 2월 30대까지로 올라갔다.

      상호금융 조합이 지역사회와 강하게 유착된 것이 자산건전성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끼리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사회끼리 유착도 워낙 심해서 임직원이나 어떤 조합원은 한도 이상의 대출을 받기도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2000개가 넘는 조합을 일일히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감독원 상호금융감독국 관계자는 "은행이 하나의 큰 계란이 있는 것이라면 조합은 조그만한 계란이 여러개인 것"이라며 "2000개 조합의 부실채권 전체 흐름을 볼 순 있으나 세세하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NPL업계는 상호금융 조합에서 NPL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이다. 신용도 악화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조합원들이 상호금융으로 눈을 돌릴 경우 양질이 아닌 대출이 늘어 그만큼 부실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회계법인 NPL 담당 파트너는 "코로나로 경제가 안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짙은데 이 경우 부실화 뇌관이 터지는 곳은 상호금융 쪽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호금융업계는 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NPL을 처리하고 있다. 은행은 매수의향서를 제출한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NPL을 매각한다. 반면 일부 상호금융조합은 전문자산관리사가 직접 매각한다.

      농지나 선박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하기 때문이다. 상호금융조합의 주요 대출 고객은 주로 농민이나 어민이다.  해당 자산을 NPL로 한데 묶어 외부 업체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실이 날 확률도 크지 않다고 전해진다. 가령 농업의 경우 한 해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기업처럼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매년 수확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은 NPL을 한 데 모아서 캠코같은 곳에 자산을 매각하지만 상호금융 조합에서는 자산관리사가 따로 있다"며 "개별 조합에서 자산을 직접 매각하는 등 NPL을 직접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도 상호금융조합으로부터 인수한 NPL 물량 비중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캠코는 지난해 산림조합중앙회, 수협중앙회 등과 부실채권 인수 관련 MOU를 맺은 바 있다.

      한 캠코 담보채권인수팀 관계자는 "실제 인수한 NPL 규모는 미미하다"며 "담보인수는 실제 부실이 생기고 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은행에 비해 부실채권 규모도 크지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