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저유가에 해외사업 미수금 회수 '경고음'
입력 2020.05.06 07:00|수정 2020.05.07 09:36
    WIT, 또다시 25% 폭락…저유가 본격화
    '12조 대어' 한화건설 해외수주 재조명
    중동 발주처 여력 감소…미수금 회수 '난관'
    "공사 지연비용·현금창출력 약화 주목해야"
    • 국제 유가가 유례없는 폭락을 거듭하며 한화건설의 대형 수주 사업인 이라크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가 재조명되고 있다. 해당 계약은 해외 건설수주 사상 최대 규모인 101억2000만달러(약 12조2550억원)로 시장의 관심을 받아왔다. 동시에 발주처의 재무여력과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미수금 회수 리스크에 우려의 시선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저유가가 장기화 기조에 접어들며 대금 회수 장치에 대한 실효성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흘 연속 ‘V자 반등’을 이어가던 전날 대비 25% 폭락한 수치로, 장중 30% 이상 거래가가 꺾이며 11달러 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하루 970만 배럴)가 이행된다 하더라도 수요 감소 폭(하루 2000만~3000만 배럴)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저유가는 국영이 대부분인 중동 발주처들의 지급 여력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정기평가를 앞둔 신용평가사들과 투자자들은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Bismayah New City Project, BNCP)의 향방을 다시 주시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10년에 가까운 사업 기간 동안 IS사태(2016~2018년), 美-이란 갈등(2020년) 등 대표적인 ‘중동 리스크’에 노출되며 이로 인한 실적 영향을 시장에 수치로 보여줬다.

    • 현재까지 한화건설이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관해 수주한 도급금액은 총 100억달러(약 12조2550억원)가 넘는다.

      공사 잔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공사가 포함된 본사업이 5조3943억원, 사회기반시설 건설이 1조7951억원 등 총 7조원 상당이다. 한화건설의 전체 수주잔액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공사미수금 회수는 선수금 수령과 함께 순차적으로 조절해 진행되는 가운데, 이라크 재정상황이 일부 개선된 2016년(약 8800억원)부터 2018년(약 7100억원), 2019년(약 6100억원) 상당의 추가 회수가 진행됐다.

      올해 회사 목표는 상반기 중 현재 발생한 공사 미수금의 50%(약 3500억원) 회수를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초 미국과 이란의 분쟁 사태와 코로나 팬데믹이 변수였다. 지난해 10월 이후 공사대금 추가 수령 내역은 없는 상황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이달부터는 사업장 인근 지역 역시 통행제한이 실시된 걸로 알고 있다”며 “발주처(NIC, 국가투자위원회)가 정부 예산과 자체 분양실적을 합산해 재원을 마련하는 곳이라 지급여력에 관해선 유가와 코로나의 영향을 함께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건설은 다각도로 회수 장치를 마련해 둔 상태였다. 착공 당시부터 25%가량의 선수금을 받았고, 이후에도 ‘특정 사유 발생 시’ 선수금과 미수금을 상계할 수 있는 권리를 계약에 포함시키며 추가 공사비 투입을 조절해왔다. 또 2000세대 내외의 블록 단위 분할 공급을 통해 약 5000억원 상당의 공사 규모 관리와 완공 전 소유권(블록 소유권) 역시 유지해왔다.

    • 그럼에도 대금 회수 우려감은 예전보다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의 자체적인 공사대금 지급 재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지난 IS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불거졌고,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2016년 한화건설에 납입된 공사비가 국영은행 3곳 중 일부의 아파트 블록 담보부 대출인 것으로 알려진 것이 '지급 여력' 논란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해당 대출은 계약서 상 '지급 여력이 어려울 때' 국영은행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던 조항이 발동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 여파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약 1900억원까지 감소시킨 공사 미수금은 코로나가 본격화한 지난 2월 약 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러한 여파가 현금 환입에 영향을 끼쳐, 지난달(가결산) 기준 한화건설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대비 약 47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계약서 상 어느 한쪽의 귀책사유를 따지기 애매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후 대금 회수 분쟁이 현실화하면, 한화건설이 상계권을 정상적으로 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가 불분명한 셈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본질적인 문제는 회수 여부에 따른 이벤트성 자금유출이 아니라 IS사태 당시 ‘슬로우 다운(공사기간 연장 조절)’으로 장기간 악화됐던 현금창출력 사례, 그리고 공사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라며 “아직 셧다운(공사 중단)과 대금 회수에 대한 분쟁까지 진행된 단계는 아니지만, 미수금 관리가 어려운 시기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라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건설은 일부 사업적 타격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공사 기간에 대한 지연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지난 IS사태에도 3~4년을 최소한의 사업 진행만 유지하면서, 2018년부터 대금 회수를 정상화한 바 있다. 이번 사태도 투입 금액 조절을 통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