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인 실적'에 자본시장 기웃거리는 중견 건설사들
입력 2020.05.07 07:00|수정 2020.05.07 11:14
    기업공개·지분투자 나서는 중견 건설사들
    공공택지 전매 제한 등 영업 낙관 어려워
    오너 경영인 '사업 확장' 의지 가능성도
    자본시장 활동, 투자자 신뢰도는 '미지수'
    • 부동산 호황기에 부를 축적한 지방 건설사들이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주춤하고 있지만, 기업공개(IPO) 시도와 지분투자 사례가 이어지며 과거 대비 시장의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에 수익을 창출해내던 공공택지 입찰 방식의 제한과, 사업 확장에 대한 오너 경영진의 요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1조 대어’로 다음 달 기업공개(IPO)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던 호반건설은 코로나 확진자 수 감소세에 따라 상장 절차 재개를 지속 논의 중이다. 당초 2분기로 예정된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코로나 사태로 잠정 연기되긴 했지만, 회사 측은 “중단이 아니며, 현재 시장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 건설사들의 지분투자도 진행형이다.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을 약 16.9%까지 늘린 상태다. 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한화(약 3%), 대림산업(약 4.5%)에 이어지고 있는 ‘기타법인’ 매수자로 호반건설을 거론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아시아나항공 M&A로 주가가 요동치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지분도 일부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 이들이 상반기 자본시장에 활발히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배경에는 실적 창출에 대한 고민이 자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권대에 포진한 국내 주요 중견 건설사(호반건설, 반도건설, 부영주택, 중흥토건)는 대부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호반건설(10위)만이 분양수익이 일시 환입되며 매출액 2조원대로 나타났다.

      사업 전망은 앞으로가 더욱 난관이다. 중견 건설사들의 주요 수익 창출원이었던 공공택지 입찰에서 기존 방식인 계열회사 동원을 통한 참여가 제한되고 있다. 앞서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 대형 건설사와는 달리 계열사를 다수 설립해 입찰을 따내고, 가격을 깎아 전매하는 형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계열사를 동원한 교란 행위를 근절하겠다”며 공공택지 전매 제한 내용이 포함된 택지개발촉진법 관련 시행령을 입법 예고해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증권사 건설담당 연구원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보유 현금은 큰 의미가 없어졌고, 비수도권이 다수를 이루는 매입 토지도 부동산 경기 탓에 대지가가 양극화하며 가치가 떨어졌다”며 “남은 관건이 현금창출 능력의 유지인데, 공공택지 사업성이 떨어지며 비영업부문의 수익이라도 노려보고자 투자 등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참여에 오너 경영인의 ‘사업 확장’ 의욕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있다. 당초 호반건설의 IPO의 목적에는 시장 자금 조달 이외에도 강남권 재건축 사업 진입을 위한 김상열 회장의 ‘인지도 강화’ 전략이 내포됐다는 분석이 상당했다. 최근 강남권 ‘알짜 사업장’으로 꼽힌 신반포 15차 수주전에서 호반건설이 파격적인 금융 지원을 꺼낸 배경에는 김 회장의 직접적인 관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건설사를 향한 지분투자 역시 배경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거론된 투자 건들은 현재까지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반도건설의 경영 참여 선언 사례처럼 투자 자금이 언제든 ‘캐스팅 보트’를 쥐고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들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자본시장 내에서 벌이는 움직임들이 사업 난관의 돌파구가 될지는 미지수다. 애초에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와 ‘국내 주택사업’이라는 양대 축으로 균형 있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 건설사의 사업 구조를 따라가거나,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기엔 쌓아온 사업 이력이 너무 상이한 상황이다. 설사 상장과 지분 매입 등이 이어지더라도 지방 건설사들이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요 중견 건설사라고 부르는 곳들은 애초에 3~4년 전부터 시행사업의 호황을 타고 급하게 자본을 늘려온 곳들”이라며 “신반포15차 사례처럼 주력인 국내 주택 부문에선 결국 ‘브랜드’의 벽을 넘기 힘들고, 그렇다고 지분투자로 경영에 관여하기엔 이들의 해외 사업 경험이 부족해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