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이후가 관건"…신용 위험 대비 들어간 대기업들
입력 2020.05.07 07:00|수정 2020.05.06 17:39
    2분기부터가 본격 '코로나 쇼크'
    신평사들 "2분기 이후 실적 확인 할 것"
    대기업도 그룹 차원 신용 점검 나서
    CJ CGV·LGD 등 등급 하향 가능성 주목
    • 국내에서 코로나 감염이 다소 감소하는 추세지만 기업들의 신용 위험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우선 ‘코로나 쇼크’ 영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2분기 이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내내 등급 하향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예고되면서 대기업들도 계열사 전반의 신용 위험 점검에 들어가고 있다.

      CJ그룹은 ‘2020년 그레이트 CJ’ 비전 하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의 국내외 증설과 인수합병(M&A)에 높은 차입부담이 지속됐다. 하반기부터는 계열사의 자산 매각 등 재무 개선 노력에 이어 올해 코로나 영향을 고려해 투자 계획 축소에 나서며 그룹 전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이전 대비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CJ제일제당(AA)은 가양동 부지 등 1조원 이상의 자산을 매각했다. CJ대한통운(AA-)도 35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비핵심자산 매각 및 해외법인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차입부담이 완화됐다. CJ ENM은 8000억원 규모의 CJ헬로 지분 매각으로 차입부담이 감소했다.

      해당 계열사들은 사업 측면에서도 코로나 피해를 상쇄할 요소를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업간 거래(B2B) 비중이 높은 소재식품의 실적 저하가 예상되지만 HMR(간편식)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도 글로벌 부문은 실적 저하가 예상되지만 택배 부문은 오히려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 CJ CGV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CJ CGV(A+/하향워치)는 사업 및 재무안전성이 동반 저하되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CJ CGV는 그룹 내 비중이 10% 내외라 그룹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P-CBO 신청 등 정부 지원까지 손을 뻗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어떤 대응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CJ CGV는 극장 매출의 절대적인 비중이 티켓판매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단기간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 NICE신용평가는 "CJ CGV가 수익성 악화로 올해 등급하향 검토요인인 ‘총차입금/EBITDA’가 6배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등급하향 압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재무지표도 악화했다. 지난해 리스기준서 도입으로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8년 306%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652.6%으로 뛰었다. 회계상 변경으로 신용등급에 실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외부에서 볼 때 ‘모양이 좋지않기’ 때문에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업황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어 증자 등 그룹에서 자본확충을 해야 나빠진 재무 상황이 완화될 수 있을 것” 이라며 “기존에도 재무부담이 지속된 가운데 코로나 여파까지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상당한 규모가 아닌 이상 외부에서 CJ CGV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가속화하며 채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OLED패널,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성장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룹 전반의 CAPEX(설비투자)가 증가했다. 2017년까지 15조원 내외 유지됐던 그룹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3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2018년부터 불리한 영업환경이 나타나면서 그룹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전자 및 화학 부문 실적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전자부문 중 LG이노텍과 LG전자는 이익창출력을 강화하며 올해도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LG디스플레이는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면서 신용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LCD 판가 하락과 OLED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으로 적자 폭이 크게 확대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9.6% 감소한 4조7000억원으로 2011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361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순차입금은 10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주요 수익원인 LCD부문의 수익창출력이 약화하며 내부 창출자금으로 CAPEX 충당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신평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의 등급 하방 압력 방어에 ‘흑자전환’이 관건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등급은 지난해 초 AA-로 강등된 데 이어 올해 2월 A+로 떨어졌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유지돼 추가 하향 가능성이 남아있다.

      다른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연초 예상보다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이 더 나쁘게 나와 회사와 인터뷰 등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등급이 하향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코로나 영향이 본격 나타나는 2분기 이후 실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비교적 신용 위험이 두드러지는 계열사는 없지만 SK에너지(AA+)와 SK E&S(AA+)가 '부정적' 등급 전망을 달고 있다. SK에너지는 유가 및 정제마진 급락으로 큰 폭의 실적 부진이 전망되면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향후 유가 및 정제마진 동향, 코로나 확산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변화 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지난해 재무 안정성 저하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 E&S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EBITDA 2.8배, 차입금의존도 37.3%로 하향변동 요인의 일부를 충족한 상태다. 다만 최근 SK E&S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CGH(차이나 가스 홀딩스) 보유지분(1조8141억원 규모) 전량 매각을 발표하면서 신평사에서는 해당 매각이 신용도에 중립적이라는 판단 하에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해당 금액이 전액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다면 신용도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배당과 투자 등으로 유출된다면 부정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SK E&S의 배당 및 투자 성향을 고려할 때 현금 유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SK E&S는 최근 2년에 걸쳐 주주에 총 1조4016억원에 이르는 배당을 실시했다. SK E&S는 SK㈜의 90% 자회사로, 배당금 대부분은 지주사인 SK㈜로 올라간다.

      SK하이닉스(AA)는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코로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반도체산업은 타 산업 대비 영향이 크지 않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일~20일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14.9% 감소하는 등 파급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순차입금이 큰 폭으로 확대해 재무완충력 모니터링이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예상 대비 크게 저하됐지만 현금유출이 지속되며 약 9조원의 추가자금 소요가 발생했다. 올해 보수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재무지표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코로나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회복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