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현대차 합작공장 부지 선정 고민…동남아도 검토
입력 2020.05.07 07:00|수정 2020.05.06 17:41
    동남아 후보지 부상하며 논의 길어지는 듯
    시장선점 등 의미 깊지만 양사 견해차 예상
    LG화학 "검토 여전히 진행 중…확정된 것 없다"
    • LG화학과 현대자동차가 추진 중인 새 배터리셀 합작법인의 공장 부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 당초 유력 후보지로 꼽히던 현대제철 보유 충남 당진 부지 외에 동남아시아 진출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현대차의 배터리셀 공장 건설을 위한 협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지난해부터 합작투자를 논의해온 데다 후보지역이 특정된 만큼 상반기 중 구체적 방안이 발표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거점이 후보지로 부상하며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사는 지난 1월 협의 중인 JV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LG화학의 기 수주잔고 대비 증설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고 ▲현대차가 전동화 투자를 확대하며 고품질 배터리의 안정적 확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략적 제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공통의 시각이다.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에 대한 의지가 더 높은 측은 LG화학일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절감이 전기차 시장 지상과제인 만큼 인건비나 노사관계 등 갈등비용까지 고려하면 LG화학 입장에서는 국내 설립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동남아 지역이 오토바이 등 차량 외 이동수단의 전동화 성장 잠재력이 높아 동남아 선택에 따른 단기적 실익은 LG화학에 더 커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LG화학은 현재 증설 중인 중국과 유럽지역 외 제3의 생산기지 확보에 대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자동차 업체인 빈패스트와 배터리팩 JV 설립을 마무리지었다. 위 관계자는 "셀 제조에 필요한 부품·원자재 수급에 불리한 측면은 있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모두 동남아 진출의 교두보"라며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현지 업체와의 사업 기회도 매력요인"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양사의 합작투자 규모가 조 단위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동남아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시장 선점의 의미도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배터리 업체 전반 설비투자는 중국과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증설비용 부담이 적지 않은 LG화학 입장에선 동남아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선제 진출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현대차 담당 연구원은 "현대차 역시 인도네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 전기차 생산을 검토한 바 있지만 현실화하지 않았다"라며 "당시 세제 문제 등 투자유인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친환경차 생산이 보류된 상황에서 배터리셀 공장만 진출할 경우 생산 후 다시 국내로 들여오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부터 동남아 시장 점유율 확보 전략을 꾀하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 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한 시장으로 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내연기관 수요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지 선정 등을 두고 의견이 나뉘며 지난해 초기 논의 때보다는 구체화 시기가 지연되고 있지만 결국 큰 틀에서 협력 기조는 유지되는 분위기"라며 "구체적 투자방안과 양산시점까지 수 년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은 여전히 다각적인 미래 협력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전략적 제휴와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