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직원, 임차사택 살면서 갭투자…도덕적해이 논란
입력 2020.05.08 07:00|수정 2020.05.11 09:34
    일부 직원, 규정 어겨 임차사택 살면서 갭투자
    내부선 성토 분위기…복지 혜택 줄어들까 우려
    ‘징계 가볍다’ 지적도…수은, 잇따른 구설에 골치
    • 수출입은행 직원들의 도덕적해이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부 직원들이 무주택자에 제공되는 임차사택에 살면서 아낀 돈으로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구입)를 해 문제가 됐다. 당사자들은 징계를 받았지만 내부에선 성토가 잇따랐다. 은행은 작년 외화채권 발행 관련 비리가 불거진 지 오래지 않아 또 직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4일 직원 5명에 대한 징계 결과를 공지했다. 2명은 은행이 제공한 임차사택을, 3명은 합숙소를 이용하던 중 주택을 취득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견책’ 처분했다.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은 서울에 별도 사택을 운영해 직원들에 제공하고 있다. 서울에 자가나 부모님 주택 등 연고가 없는 저연차 행원들이 주요 지원 대상이다. 전세금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직원 부담이 거의 없다보니 은행 돈으로 직원들에 주택 복지 혜택을 주는 셈이다. 무주택자를 위한 지원이니 자기 명의의 집이 생겼다면 은행에 이 사실을 알리고 임차사택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임차사택에 살면서 아끼게 된 돈으로 갭투자에 나섰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함에 따라 적은 돈을 들여 유주택자가 되었다.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할 만하다. 부정한 방식으로 중복의 수혜를 누리게 됐다.

      수출입은행 익명 게시판에선 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누군들 임차사택에 살면 갭투자 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을 몰라서 하지 않았겠느냐는 비판부터 함께 일하기 껄끄러워질 것이란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한 가족끼리 실수에 대해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냔 동정론도 일부 있었지만 공감을 얻지 못했다. 임차사택이나 합숙소를 이용하기 위해선 주택이 없다는 점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즉 주택이 생기면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 제도는 용의주도하게 챙겨놓고 규정을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비판도 나왔다.

      일부 직원들은 몇몇이 사익 추구를 위해 벌인 일탈에 은행 전반의 복지 제도가 축소되는 것 아니냐 우려하기도 했다. 국책은행의 임차사택지원금 무상지급, 골프 회원권 구입 등 복리후생비가 과다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규정에 맞춰 복지비를 지급했더라도 국정감사 등에서 문제가 되면 혜택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직원들에 대한 선제적이고 강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은행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징계 결과가 '견책'으로 나오자 부당 이익의 규모와 은행에 미칠 악영향에 비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수출입은행 입장에선 잇따른 구설수에 골치가 아프게 됐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중차대한 역할을 맡은 시기에 내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건이 또 발생했다. 수출입은행은 작년엔 외화채권 발행 주관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고 부적절한 대가를 받았다는 점이 밝혀져 수사 선상에 오른 바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자체 감사를 진행하다 일부 직원의 위계사실이 밝혀져 신속히 징계조치 했다”며 “임차사택 대출금은 즉시 회수하고 지연배상금도 징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