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ㆍ바이오 IPO 붐...'닷컴 버블'같은 '코로나 버블'이 온다?
입력 2020.05.11 07:00|수정 2020.05.13 09:34
    예심청구 급증 "IPO 성수기 놓칠 수 없어"
    증시와 현실 괴리 커지며 일부 테마에 투심 집중
    "언택트주 카뱅? 결국 일개 중소형 은행일 뿐"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격변할 거란 전망도 '글쎄'
    •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준 증시에 힘입어 발행시장도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특히 납작 엎드려있던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가 급류를 탔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급증하고, 연말께로 일정을 미뤘던 일부 빅딜(big-deal)도 상반기 추진으로 다시 방침을 바꿨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벤처나 '언택트'(비대면)로 간판만 바꿔 단 정보기술(IT) 기업에 비정상적인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국내 대유행 이후의 기업 환경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큼에도 불구, 장밋빛 기대감만으로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4월 신규 상장 예비심사 청구 기업 수는 20곳으로 3월 4곳, 4월 5곳 대비 크게 늘었다. 올해 말로 상장 일정을 잠정 연기했던 SK바이오팜은 5월 중 증권신고서 제출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본격화했다. 비대면 유통업체의 매출이 급증하며 수혜를 받은 롯데홈쇼핑의 상장 가능성이 시장 곳곳에서 언급되기 시작했다.

      발행사는 물론, 상장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도 지금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이전부터도 5월은 IPO 성수기였다. 지난해 연간 감사보고서로 서류작업을 할 수 있는데다, 공모주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달이기 때문이다. 6월을 넘어가면 휴가 시즌 및 반기 실적 회계감사 등으로 인해 다시 비수기가 찾아온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1분기 발행시장이 거의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못했던 점도 한 몫 했다. 공모주 시장의 큰 손 중 하나인 개인의 투자 수요도 풍부하다. 투자자 예탁금은 여전히 44조원대의 사상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상장 담당 부서장은 "4월 이후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강세를 보이며 IPO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ㆍ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산정) 기준 역시 나쁘지 않다"며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3~4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영업을 지속했고, 빨리 공모를 진행해야 할 발행사 파이프라인이 꽉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증시와 현실의 괴리돼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지만, 수출 중심 국가 경제 구조상 글로벌 불황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증시에 풀린 유동성과 부동산 시장에서 증시로 유입된 투자 대기자금의 힘으로 증시는 힘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역시 단발성 테마에 따라 특정 섹터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바이오ㆍ언택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다는 평가다.

      실제 이런 업체들의 시장 노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정식으로 밟고 있는 두 곳의 업체가 모두 바이오ㆍ헬스케어 관련 업체다. 올해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13개 업체(스팩 제외) 중 6곳이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다. 롯데홈쇼핑ㆍ카카오뱅크 등은 언택트 선호에 따른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의 경우 결과물이 언제, 어느 수준으로 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2018년 바이오주 폭락장은 잇따른 임상실패 등으로 바이오 업계가 자초한 것이다. 언택트 역시 일부 IT기반 기업이 간판만 바꿔단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카카오뱅크가 상장시 언택트 수혜를 받을 거란 말이 나오는데, 카카오뱅크는 핵심 수익 기반인 여신 규모가 국내 저축은행 상위 두 곳을 합친 것과 비슷한, 작은 신생 은행일 뿐"이라며 "언택트 테마 등을 이용해 밸류에이션을 국내 대형금융지주보다 부풀렸다간 시장의 반발만 사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이전의 세계와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오판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최근 국내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이전보다 영화관에 적게 갈 것 같다는 응답이 10명 중 1명에 그쳤다. 대표적인 언택트주로 손꼽히는 넷플릭스는 지난달 16일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조심스러운 투자 심리 속에 이달 들어선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ㆍ여행업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리서치센터에서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내년 상반기엔 이전 수준으로 업황이 회복될 수 있을 거란 예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나스닥의 경우 최근 연중 하락폭을 모두 상쇄시켜버렸고 국내 일부 종목군의 주가도 밸류에이션으로 따지면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또 다른 형태의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