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서 WM으로?…증권가에 드리운 '인력 구조조정' 그림자
입력 2020.05.12 07:00|수정 2020.05.13 09:36
    미래 IB 인력 10% 재배치 중…WM·지점 行
    수익 정체 탓…1분기 IB 순영업수익 감소
    KB證도 '구조조정說' 나와…"완전히 낭설"
    • 미래에셋대우를 선두로 증권가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코로나사태 이후 업황이 어려워진 기업금융(IB)부문이 주된 구조조정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도 IB부문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구조조정보단 인력재배치에 가깝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IB 부문은 저연차에도 경력 출신이 많을 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 업무 영역이 완전히 다른 까닭에 인력 재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주요하다.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 내 불안감은 다소 커져가는 모양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IB부문 인력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자산관리(WM) 사업부로 인력을 보내고 있고, IB1부문 커버리지쪽 인력은 주로 지점에 보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계약직 직원들에게는 계약 연장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상태다.

      한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IB1부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IB 부서의 인력을 타부서로 재배치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며 "WM쪽이 요즘 잘 되다 보니 이쪽으로 인력을 이동시키는 것이며 규모도 전체 인원의 10%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IB와 WM은 업무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서별로 그동안 해왔던 역할 자체가 달랐던 만큼 인사 재배치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B부문은 과장급 아래 직급에서도 경력 출신이 많다. IB부문 인력 구조조정으로 해당 직원들의 경력에 타격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IB부서에서 지점으로 가는 것도 사실상 '좌천'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올초까지만 해도 IB는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로 꼽혔다. 계약직이더라도 개인이 성과를 낸 만큼 인센티브를 많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저금리 시대인 만큼 리테일보단 IB에 중점을 두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었다. 지난해까지 전체 영업이익에서 IB 부문의 비중이 커왔던 만큼 일종의 '성장동력'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그러나 IB부문 인력이 주요한 구조조정의 대상인 모습이다. 코로나 이후 IB 분야의 수익이 정체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대형증권사에서도 인수금융을 주선할 만한 딜이 예년만큼 많지 않거나 규모가 크지 않다는 토로가 나왔다. 대체투자도 코로나 이후 실사가 거의 불가능해지고 셀다운도 잘 되지 않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는 주요 증권사의 IB부문 순영업수익이 감소했다. NH투자증권은 IB부문 순영업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전년동기 대비 15.6% 감소했다.

      은행계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업계에서는 KB증권이 IB부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월부터 IB부문을 확대해왔다. KB증권의 IB부서 인력은 28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부문의 인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KB증권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KB증권 관계자는 "해당 구조조정설은 완전히 낭설"이라며 "KB증권의 DCM 점유율도 올해 역대 최고"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KB증권은 IB부서에 계약직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계약직 직원들이 그동안 해왔던 업무 분야를 포기하고 타 부서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관련 소문이 퍼지면서 증권가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은행계 증권사마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타 증권사로 여파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KB증권 등 초대형 증권사의 구조조정까지 터지면 정말 분위기가 흉흉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