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기술 엿보나"…현대중공업 인재 영입에 설왕설래
입력 2020.05.12 07:00|수정 2020.06.24 10:27
    대우조선 연구과제 유관 인력 현대重으로
    업계 "M&A 보다 인력으로 기술 확보" 지적
    LNG 화물창 기술 등에서 대우조선 '두각'
    회사 측 "단순 개선점 보고 업무, 확대 해석"
    •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기술개발(R&D) 유관 인력 영입이 회자되고 있다. 수주와 직결된 탓에 R&D 역량이 강조되고, 인력 풀(Pool)이 워낙 좁다고 평가되는 조선업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여러 관측들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여력과 의지가 불투명해지자, 보유 기술이라도 먼저 확보하고자 시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대학교 A모 교수의 정년이 지난해 종료되면서부터였다. 해당 교수는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10여 년의 정부출연 연구기관 재직 이력과 30년 이상의 학계 경험을 보유한 인물로, 조선공학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생산공학(용접) 분야의 전문가로 곡블럭(곡선형 철판) 용접에 관한 다양한 논문을 게재해왔으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연구 과제를 장기간 수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무렵 현대중공업그룹은 해당 교수를 그룹의 조선 중간지주 역할을 하는 한국조선해양의 ‘기술 고문’으로 초빙했다. 올해 2월 정년 퇴임한 A모 교수가 곧바로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자, 업계에서는 ‘단순한 이직’부터 ‘기술 확보 포석’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말이 오가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장급 대우를 해주고 수년간 대우조선해양 관련 연구 과제를 수행하던 교수를 데려갔다"며 "M&A가 코로나와 저유가의 영향 탓에 계산대로 풀어나가기 어렵게 돼 현재 인수자의 지위를 활용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이라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대우조선해양에서는 10년 차 이하, 특히 주니어급으로 분류되는 엔니지어들의 현대중공업그룹 이직 행렬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핵심 인력이라 할 수 있는 15년 차 이상 시니어 엔지니어들은 데려오지 못했는데, 이러면 머스크라인과 같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요 클라이언트를 확보하긴 힘들다"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앞서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 기술 국산화 기술의 확보가 절실할 텐데, 이런 점에서 R&D 인력 보강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LNG 화물창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의 핵심 기자재 '화물창(연료 압축 탱크)' 국산화 작업은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중에서 대우조선해양만이 유일하게 글로벌 5대 선급 인증을 확보한 상태다. 실제 탑재로까지 이어진다면 현재 1개 선박 당 수주가의 약 5% 이익을 볼 수 있는 탓에 조선사들의 의지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지난 3월 '기술 조선회사'를 표방하는 한국조선해양의 역량 강화 차원에서 모신 것이고, 사장급 대우나 특별한 직위가 아닌 현장을 둘러보면서 개선점을 찾아 보고하는 정도의 역할이다"며 “통상 대학교수는 다양한 R&D과제를 수행하는 데, 그 회사의 인력이라고 표현하기도 무리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