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M&A에 더없는 기회? 속도내는 인텔·엔비디아, 조용한 삼성전자
입력 2020.05.14 07:00|수정 2020.05.18 09:40
    글로벌 IT분야 선두 기업 인텔, 엔비디아 모두 활발한 M&A
    코로나로 '선택의 시기' 놓인 유망업체 속속 인수 성공
    자금·기술력 모두 갖춘 삼성전자는 '잠잠'
    '가격'은 최우선 순위 아니라지만…전략적 실기 우려도
    •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혼란기 속에서도 글로벌 IT 기업들은 M&A에 속도전을 내고 있다. 글로벌 대표 기업인 인텔과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연달아 M&A를 발표하며 미래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등 국내 IT기업들이 좋은 기업의 인수 기회를 놓치는 전략적 실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 및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 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스타트업 무빗(Moovit)을 총 9억달러(약 1조1029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무빗은 2012년 설립된 교통경로 최적화 업체로 한국 등 102개국 3100여 도시에 8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업체다.

      무빗은 교통 및 환승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특화한 업체로 알려졌다. 인텔 입장에선 인수에 성공할 경우 향후 먹거리로 꼽은 자율주행 ‘로보택시’ 분야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인텔은 향후 2030년이면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이 1600억달러(195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비전을 선언한 후 해당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인텔은 지난 2017년엔 약 153억달러(18조원)를 들여 자율주행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도 20억달러(약 2조원)에 인공지능(AI)업체 하바나를 인수했다. 모두 모빌리티 전략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딜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무빗 거래에선 코로나로 대면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40일간 가상 컨퍼런스를 통해 딜이 진행된 점이 현지에서 화제가 됐다.

      유사한 시기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도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최적화 업체 큐물러스 네트웍스(Cumulus Networks)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아지만, 지난 4월 약 8조원(69억달러)을 투입해 멜라녹스를 인수한 지 채 한달도 안 돼 신규 투자를 진행하는 셈이다. 멜라녹스와 큐물러스 양사를 모두 인수하면 엔비디아는 기업과 클라우드 제공자가 데이터 센터를 통해 고성능 컴퓨팅 및 AI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모든 도구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가 만든 경기 둔화 우려로 소규모 업체들에겐 추가 투자와 매각 등 선택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아졌고, 반대로 기술력·자금·미래에 대한 전략적 준비가 된 기업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국내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과 자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략적 의사 결정에서 미국 기업들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점"이라 고 설명했다.

      이처럼 활발한 테크기업간 M&A가 진행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 비롯한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으로 쏠리고 있지만 여전히 가시적인 행보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보유 현금성자산이 100조원에 육박한 삼성전자의 M&A 현실화 가능성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인텔의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강화 움직임,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분야 역량강화 모두 삼성전자의 신사업과 무관하지 않은 경쟁 분야다보니 전략적 공백을 둔 아쉬움 섞인 평가도 나온다.

      한 반도체 분야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전자의 일정 지분율을 확보하고 있는 일부 해외 기관투자가들도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 코로나에서 촉발된 좋은 기회에 왜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M&A 나서지 않는 지 문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내부에서 코로나로 인한 인수 대상 회사의 가격 하락 등 밸류에이션 측면보다 인수 이후 확실한 시너지 확보 여부가 최우선 순위에 있다보니 보수적 기조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여러 매물을 검토하곤 있지만 인수 금액을 줄이는 것 보다 확실한 시너지 여부, 엔지니어 조직간 융합·문화 충돌 등 인수후통합(PMI)에 오히려 더 초점을 둘 정도로 M&A는 수년이 들더라도 신중히 진행하는 기조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