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쿠팡·티몬·마켓컬리 '진짜 가치' 드러난다
하지은 기자 | hazzys@chosun.com | 2020.05.21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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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밸류 논의, 코로나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
증권가는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VC 밸류에 의구심
쿠팡·티몬·마켓컬리, 각사별 밸류 할인 요소에 주목
밸류 간극에 주관사에 불만 제기하는 오너들도

쿠팡, 티몬, 마켓컬리 등 그간 버블 논란이 있어왔던 이커머스 기업들이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거품 없는 '진짜 밸류'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이들 기업은 그간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최대 수십조원에 이르는 높은 몸값을 책정 받아왔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세계가 경기 침체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 책정된 벤처캐피탈(VC) 업계의 기업가치 평가 잣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베이코리아 매물출회설, 쿠팡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입장 변화,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내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노리는 티몬, 기존 주주 재투자를 통해 스스로 몸값을 높이는 마켓컬리. 투자업계는 이를 두고 '한국 이커머스 시장 철수 시그널'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들 기업은 추후 몇 년간 투자금 회수에 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적정 밸류 논의도 코로나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로 유통업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신선식품 비중이 높고 빠른 배송이 장점인 이커머스 기업들은 이례적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쿠팡과 티몬, 마켓컬리가 최대 수혜자로 주로 거론된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자 유동성 위기를 경험한 시장의 시선은 다소 냉정해졌다. 자금조달로 연명해 왔지만 유동성 거품이 꺼진 지금에서야 이커머스 기업들의 진짜 성적표를 받아볼 수 있을 거란 평가다.

시장 평가를 종합하면 ▲쿠팡은 '원가효율 높이며 손익분기에 근접했지만 빠듯한 자금 타임라인' ▲티몬은 '월 흑자, 하지만 지지부진한 매출 추이와 사업 지속가능성 의문' ▲마켓컬리는 '비효율적인 관리손익 구조와 출구 없는 팽창전략'이 주된 밸류에이션 할인 요소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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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연간 기준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매출 대부분이 상품판매가 늘수록 배송비와 운송비도 느는 직매입(로켓배송) 구조지만, 최근 판매수수료만 매출로 잡히는 입점업체(오픈마켓) 결제액이 늘면서 매출원가율이 개선되고 있다.

자체물류 시스템도 완성 단계에 접어드는 만큼 다른 이커머스 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1조원대의 영업손실이 지난해 7000억원대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인 점, 자금줄이 막히면서 단기간에 최대로 성장해야 하는 점은 불안 요소다. 지난해 추정 거래액은 17조원으로, 올해 BEP에 도달하려면 20조원까지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처음 월 흑자를 기록한 티몬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시장의 신뢰를 얻은 후 상장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라보는 투자업계의 시각에선 기대감이 엿보이지 않는다. 지속가능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과 단기 비용통제를 통한 흑자전환의 실익은 미비하다는 것이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매출 규모가 이를 방증한다.

쿠팡처럼 자체물류를 표방하는 마켓컬리는 매출이 3배 성장한 만큼 적자도 3배 늘었다. 회사는 물류와 마케팅 투자비용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회계업계는 마켓컬리의 비용구조가 다소 과도하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의 경우 1000원의 제품을 팔면 제품원가 750원, 포장비 120원, 운송비 150원으로 최종 20원을 손해보는 구조로, 비용구조 효율이 떨어진다. 마케팅에도 과도하게 비용을 집행 중인데 지난해말 기준 보유현금은 720억원인데 반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54억원이었다"면서 "지금 이 회사에게 필요한 건 물류나 마케팅보다도 소싱(sourcing)과 관리손익 모니터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힐하우스캐피털과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 등 기존 주주로부터 투자금 2000억원을 추가 유치하며 유니콘에 한 발짝 가까워졌다. 현금소진속도가 빨라 외부 투자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매출 성장 정도라는 평가다. 최소 2조원 수준으로 추후 투자회수를 시도하겠지만 상장으로는 쉽지 않고, 또 매각을 노리기에도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어 출구 없이 팽창전략만 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쿠팡과 티몬이 각각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시장에 노크하면서 증권업계 내 논의도 급물살을 탔다. 한창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절 VC가 매긴 평가 잣대를 지금 시기에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엿보인다. 상장 주관사들은 지난해부터 기업 오너들이 상장 밸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한다. VC들로부터 평가 받은 밸류와 증권시장 투자자들이 매긴 밸류 간극이 컸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ECM 관계자는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증시 입성을 시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과거 VC들이 후하게 매겨준 밸류로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펀더멘탈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지금까지 이익보다는 매출 전략을 꾀해 왔지만, 티몬과 이베이코리아 사례처럼 흑자만으로는 투자자 기대감을 채워줄 순 없다는 게 입증돼 공모가 산정이나 상장 스토리에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이들 기업들이 그간 수조원대 적자를 무릅쓰고 외형성장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막 수익을 낼 시점이라는 견해도 있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그간 VC 투자로 커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VC 투자 특성상 3~4년 내 성과를 보여줘야 하다 보니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주안점을 두는 데 따른 리스크가 부각됐던 것뿐이라는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적정가치보다 높은 밸류가 걸림돌로 거듭 작용하면서 평가 주체였던 VC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마켓컬리에 투자했던 한 VC 고위 관계자는 "자금이 많이 풀렸던 시기엔 기업 오너들의 높은 밸류에이션 요구가 수용됐지만 현재로선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과거 벤처투자가 위축됐던 닷컴버블처럼 이번 코로나도 큰 분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VC업계뿐 아니라 각 기업들도 스스로 냉정한 진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5월 1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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