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버티는 증시...기업 마지막 현금줄 된 '유상증자'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20.05.2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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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확보 혈안 된 기업들...증자 문의 급증
4월 이후 6주간 새로 발표된 증자 공모 규모만 9000억
증시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시장 무너지면 급랭

유상증자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증시에 자금은 넘쳐나고, 실물경기는 바닥이 어딘지 가늠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 확보에 혈안이 된 중소ㆍ중견기업들에 남은 사실상 마지막 현금줄로 떠오른 까닭이다.

신용등급이 좋고 현금이 넉넉한 대기업들은 이미 앞다퉈 채권을 발행 중이다. 이른바 '라임 사태'로 인해 메자닌(전환사채 등 주식연계증권) 발행은 쉽지 않다. 증시가 1900선을 지지하며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올해 최근 3년래 최대 유상증자 시장이 열릴 수도 있을 거란 평가다.

올해 4월1일 이후 5월 둘째 주까지 신규로 유상증자를 결의한 상장사(코넥스 포함)는 모두 42곳에 달한다. 이들은 46건의 유상증자 결의를 통해 1조8787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이 중 공모 증자에 나선 곳은 CJ CGV 등 8곳이다. 이들이 공모를 통해 증시에서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는 9055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공모 유상증자 시장 규모가 1조3000억원이었다. 불과 6주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에 필적하는 증자가 새로 결정된 것이다. 펀드나 특정 법인ㆍ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증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의 현금 조달 수요가 늘며 상장사 증자 문의도 상당 부분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며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에 치우쳤던 사모 투자 수요도 일부 증자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상 밖 경기 침체가 닥치며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게 핵심 배경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회사채 시장에서는 시장 경색 전 일찌감치 자금을 조달해두려는 대기업들의 수요가 집중됐다. 신용등급 이슈로 회사채 발행에 여의치 않은 중견ㆍ중소기업들은 증시를 통해서라도 자금을 조달해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전에 비해 낮아진 주가 등을 감안하면 전환사채 등 메자닌 발행을 통한 조달이 유리한 환경이지만, 문제는 투자 심리다. 메자닌의 비유동성으로 인해 파국을 맞이한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눈에 띄게 투자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메자닌 발행은 지속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상당부분 올라간 상태다.

이렇다보니 메자닌 발행이 여의치 않거나, 불황의 현실화로 인해 시급히 자본확충이 필요한 기업들은 유상증자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상 첫 분기 적자를 낸 CJ CGV가 대표적이다. 4월 국내 극장 관객 총 수는 97만여명으로 지난해 4월 1333만여명 대비 93%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이다. CJ CGV는 2500억원을 조달해 당장 코 앞의 빚 1600억원을 갚고, 나머지는 인건비ㆍ임대료 등에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를 기회삼아 자금을 충당해두려는 기업들의 수요도 관측된다. 공모 증자를 선택한 8곳 중 3곳이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명문제약을 비롯해 에이프로젠제약, 진원생명과학이 자금 조달에 나섰다. 'K바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다시 불이 붙은데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이 3달 가까이 40조원 이상을 유지하는 등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지금의 일견 단단해보이는 증시 추이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 여부다. 2차 하락이 올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 코스피지수는 1900선을 지지하며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코로나19 펜데믹(글로벌 대유행)의 조기 종식에 더 무게를 싣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증시가 다시 무너지거나, 계단식으로 하락하며 현상유지가 어려울 거란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면 유상증자 시장은 다시 급랭할 수 있다. 유상증자의 투자 매력은 대부분 시가 대비 할인율에서 오는 까닭이다.

현재 진행중인 공모 증자들은 대부분 20%의 할인율을 핵심 투자 매력으로 내걸고 있다. 이 말은 반대로 20% 이상의 하락장이 다시 예상된다면 투자 수요가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발행시장은 결국 유통시장의 흐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공모 증자엔 보통 한달 반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만큼 다음달까지 지금의 증시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1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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