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손실만 둘이 합쳐 5000억...한국ㆍ삼성證 '어닝쇼크'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20.05.2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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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테일ㆍIBㆍWM 모두 성장 지속했음에도
수익 절반 책임지던 트레이딩 적자나니 '충격'

한투 삼성 트레이딩 실적

산이 높았던만큼 골도 깊었다. 트레이딩 역량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투자증권ㆍ삼성증권의 실적을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 역시 트레이딩이었다. 두 대형증권사의 해당 부문 1분기 적자 합계만 5000억원이 넘는다.

올 1분기 증권사 실적은 변수 단 하나로 명료하게 구분됐다. 미래에셋대우ㆍNH투자증권ㆍ메리츠증권 등 트레이딩 부문이 선방하거나 비중이 적었던 증권사는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증권ㆍ삼성증권 등 트레이딩 부문 비중이 컸던 증권사는 어닝쇼크를 피할 수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올해 1분기 114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의 첫 분기 적자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ㆍ기업금융(IB)ㆍ자산관리(WM) 등 핵심 영업부문이 모두 지난해 1분기 대비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보였지만, 트레이딩 부문이 2850억원의 손실을 내며 전체 손익을 적자로 끌어내렸다.

한국투자증권 트레이딩 실적 저조의 핵심 원인은 주식연계증권(ELS) 자체헤지 손실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3월말 기준 자체헤지 운용 잔고는 4조6000억원에 달한다. 업계 2위 규모다. 3월 들어 ELS의 핵심 기초자산인 글로벌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ELS 관련 평가가치(부채가치)를 보수적으로 반영하는 내부 산정 방식에 따라 평가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한국투자증권 트레이딩부문 수익은 2315억원이었다. 순영업수익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연간 6800억여원의 순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도 트레이딩 덕분이었다. 순영업수익 중 비중이 48%에 달했다.

이런 트레이딩이 무너지자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례적으로 투자자 레터(주주 서신)을 내고 "ELS 헤지운용 전략 및 프로세스를 개선ㆍ보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자체 헤지를 축소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유로스탁스50 지수가 현재 대비 10%가량 오르면 이연된 ELS 수수료 수익 약 1500억원을 일시에 인식해 실적이 빠른 속도로 개선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ELS 관련 수수료는 만기인 3년으로 나누어 인식하지만, 조기상환될 경우 3년치를 일시 인식할 수 있다.

삼성증권 역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5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3%, 전년동기 대비 87% 줄어든 성적표를 내놨다. 시장의 컨센서스 324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어닝쇼크였다.

역시 그동안 실적 효자 역할을 해오던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에서 740억원의 손실이 난 게 실적 저하의 핵심이었다. 전분기엔 885억원, 지난해 1분기엔 1547억원의 수익을 냈던 부문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ELS 자체헤지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이자수익을 제외한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이 마이너스(-) 2387억원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ELS 자체헤지 비중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하우스에 속했다. 그간 삼성증권은 보수적 운용을 통해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하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미증유의 글로벌 전염병과 이에 따른 증시 폭락 앞에서는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트레이딩 부문 손실만 아니었어도 삼성증권은 올 1분기 최고의 실적을 낼 수도 있었다는 평가다. 올해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동학개미운동'의 진원지였던 까닭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사겠다며 삼성증권에 찾아와 첫 주식 거래 계좌를 튼 고객이 끝없이 이어졌다. 주요 객장에서는 계좌 개설을 위해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흔했다.

실제 1분기 삼성증권 리테일 고객자산 순유입 규모는 9조2000억원으로 2015년 2분기 이후 5년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신규 고객 수는 17만명에 육박했다. 직전 분기 신규 리테일 고객 수가 4만3000여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5배 수준이다. 해외주식 거래 시장 선점효과도 본격화하며 거래대금과 거래 고객 수가 모두 전년동기 대비 3배로 증가했다. 순수탁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1분기 670억원에서 올 1분기 1200억원으로 80% 늘어났다.

IB부문도 지난해 1분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구조화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이 이 기간 231억원에서 360억원으로 급증한 덕분이다. 이 모든 성장의 성과를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이 덮어버린 것이다.

이들 두 증권사는 트레이딩부문에서 500억원대 수익을 내며 대규모 손실을 피한 미래에셋대우는 물론, 자기자본 규모 면에서 한 수 아래인 하나금융투자ㆍ신한금융투자보다도 좋지 않은 성과를 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분기 순이익이 은행계 증권사들에 밀린 건 201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 평가 손실은 산식이 복잡해 분기 보고서 수준에서는 인식을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일부 이연시킬 수 있는 틈이 존재한다"며 "공시한 실적을 보면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모두 일단 예상 손실을 1분기에 모두 털어내는 일종의 빅 배쓰(Big bath)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1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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