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회장 임기 4개월 앞으로…금융권 인사 연쇄이동 설왕설래
입력 2020.05.26 07:00|수정 2020.05.27 09:57
    産銀 중책 맡은 시기에 회장 임기 만료
    경험 많고 이해 높은 정부 인사 등 거론
    이 회장 연임론도 거론되지만 전례 없어
    11월 임기만료 은연회장 자리에도 눈길
    • 산업은행 회장 임기 만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시기 산업은행을 누가 이끌어야 하느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이동걸 회장의 차기 행선지에 따라 금융권에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 이동걸호(號)는 2017년 9월 11일 출범했다. 구조조정·혁신성장 지원·산업은행 경쟁력 강화 등 세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봤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구조조정 업무가 다시 늘었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도 맡게 됐다.

      이런 상황에 수장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다 보니 차기 인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조조정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산업은행 사정과 그간 정책 기조에 밝은 정부 쪽 인사들이 맡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쪽에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나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꼽힌다. 김 차관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증권선물위원장을 거쳐 작년부터 기획재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기재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4년 이후 금융위에서 근무 중이다.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을 지냈다.

      모두 금융정책의 요직을 거쳤는데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구조조정 업무에선 잡음이 일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의 지원이 계속 문제되고 있고, 해운업에선 여전히 정부가 지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에서 정치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보니 차기 회장은 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며 “김용범 차관이나 손병두 부위원장 모두 잠재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진 상황이다. 산업은행 회장은 향후 구조조정 결과에 따른 비판도 가장 많이 받을 자리기도 하다. 때문에 한 인사는 산업은행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1일까지다.

      이동걸 회장의 연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호타이어와 한국GM 등 구조조정에서 성과를 냈고, 정부 철학에 대한 이해도도 높기 때문이다. 핵심 치적인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임기 안에 마무리될 지 붙투명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동걸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이 회장은 직원들의 지원조차 받지 못한 채 혼자 삼성생명 변칙회계의 문제점을 파고 들었지만 청와대에서까지 만류 전화를 받자 옷을 벗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지기들은 ‘자리 욕심이 없다’고 평하곤 한다.

      다만 최근엔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 먹거리’에만 집중하던 이 회장은 최근엔 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을 지원하며 구조조정 기업을 위한 ‘병상’을 많이 비워뒀다고 강조했고, 앞서서는 한국은행의 미온적인 움직임을 작심 비판했다. 작년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통합 필요성을 제기해 ‘통합 수장 자리’를 바라는 것 아니냔 시선을 받았다.

      지금까지 산업은행 회장이 연임한 사례는 없었다. 재임 시기와 정권 교체기가 엇갈리면 임기 3년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이 연임하지 않는다면 다른 굵직한 자리로 옮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 정권에서 이 회장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장관급 자리로 옮겨도 이상하지 않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까다로운 청문회 검증 절차를 감안하면 장관 자리는 선뜻 집어들기 어려운 선택지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그보다는 은행연합회장 자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 출신 인사들이 수장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태영 현 회장은 농협중앙회 출신으로 오는 11월 임기가 끝난다. 이 외에 민간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11월에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