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솔루스 매각, LG도 SK도 냉랭...마지막 변수는 '롯데'?
입력 2020.05.27 07:00|수정 2020.05.28 07:26
    이달말 가격제안 예정...약 7~8군데 관심
    PEF vs. 롯데그룹 경쟁구도 예상
    EBITDA 30배? 두산그룹 눈높이 충족할까
    후보들 "스카이레이크 가격 수준이 사실상 마지노선"
    • 두산솔루스 매각을 두고 잠재 인수 후보들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산 측은 스카이레이크와 단독 협상을 뒤로하고 시장 가격을 알아보려 나섰지만, 후보자들은 “스카이레이크 제시 가격이 사실상 상한선”이란 분위기다.

      공개매각 선회 후 일부 전략적투자자(SI)의 관심을 수면 위로 끌어냈지만, 완주 가능성은 물음표다. PEF 후보 사이에선 그나마 롯데그룹의 관심 여부에 따라 인수전의 열기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솔루스 매각을 진행 중인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 삼일PWC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약 7~8곳의 후보들에게 후속 절차를 안내했다. 이달 말부터 약 일주일간 구속력 없는(Non-Binding) 가격제안을 받기 시작할 예정이다. 실사를 진행 중이거나 마친 인수 후보들은 전략적투자자(SI)가 3~4곳, PEF 등 재무적투자자(FI)가 3~4곳가량으로 알려졌다.

      현재 회사를 살펴본 곳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SI로 LG그룹과 롯데그룹, FI로는 칼라일, KKR,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 TPG 등 글로벌 PEF들이 거론된다. 국내 중소형 증권계 PEF 몇 곳도 인수 의사를 보였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번 입찰 절차엔 공식적으론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LG, SK, 롯데 화려한 SI 면면 알려졌지만...실상은?

      공개매각 선회 이후 두산솔루스는 외견상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 중 하나로 거론됐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맞물려 2차전지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전지박 등 핵심소재 수요도 이와 비례해 커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삼성, LG, SK 등 국내에서 2차전지 사업을 꾸리는 대기업도 모두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두산솔루스의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SI들이 직접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두산솔루스의 사업구조는 전기차와 2차전지 분야 핵심 소재로 알려진 전지박 사업과 OLED 소재, 화장품, 원료의약품 등 첨단소재사업부 둘로 나눠진다. 매출 기준으론 각각 절반가량을 각 사업부가 영업이익 비중은 첨단소재사업부의 기여도가 더 높다.

      특히 OLED 소재(HBL⋅CPL) 사업의 경쟁력은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오른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차전지 관련 사업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인다면, 이미 궤도에 오른 OLED 소재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춘 셈이다.

      문제는 OLED 소재 사업의 대부분 비중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삼성으로부터의 매출인 점이 변수다. 두산솔루스는 이미 갤럭시 시리즈 등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CPL을 단독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스마트폰과 TV 등 OLED 분야에서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LG그룹이 두산솔루스를 인수할 경우, 삼성 입장에선 경쟁그룹에 핵심 소재를 납품받는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이는 회사 기업가치 책정에도 고려될 수밖에 없는 변수로 거론된다. 극단적으로 두산솔루스를 LG그룹이 인수하고, 이에 맞춰 삼성그룹이 발주를 중단하면 회사의 기업가치는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더 나아가 수년 후 재매각을 고려해야 할 PEF 입장에서도 전기차 사업 분야 가장 큰 손인 LG그룹을 향후 매각 후보에서 배제해야 하는 리스크를 짊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솔루스 외에도 덕산네오룩스 등 OLED 소재 분야에서 치열히 경쟁해온 기업들이 있던 상황에서 LG그룹이 두산솔루스를 인수하면 삼성그룹이 기존 납품을 유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LG그룹에선 경영권 인수 외에도 두산솔루스의 헝가리 2차전지용 전지박 생산 공장을 분리해서 인수하는 방안, LG상사 혹은 LG화학 등 계열사를 통해 일부 소수지분 투자를 진행해 2차전지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두산솔루스가 아니라도 이미 KCFT, 일진머티리얼즈 등에서 안정적인 동박과 전지박 수급이 이뤄지는 만큼 무리해서 M&A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SK그룹도 인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미 해당 분야 점유율 1위 업체 KCFT(SK 넥실리스)를 인수한 이후 자체적으로 증설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박과 전지박 약 1만톤 증설엔 1500억원가량이 소요된다. 현재 1만톤 생산설비를 보유한 두산솔루스를 1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해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전지박 코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육가크롬(Cr6+)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이에 따라 유럽 현지에 공장을 세우기 까다로워진 점 정도가 변수로 꼽힌다. 아직 해외 공장을 갖추지 못한 KCFT에 비해, 이미 헝가리 승인을 받아 양산에 나선 두산솔루스의 공장이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두산그룹이 헝가리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대대적으로 알린 점도 몸값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다.

      M&A 부진 질책, 미래 모빌리티 준비 미션 내려진 롯데케미칼...그나마 변수로

      이 때문에 SI 후보 중 그나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롯데그룹 정도다. OLED 소재는 삼성에서,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매출은 LG그룹에서 거두는 두산솔루스의 사업구조를 고스란히 승계할 수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상황을 반영한 해석도 나온다. 그룹 일각에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내 5대 그룹 중 롯데그룹만이 미래 모빌리티 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책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내 M&A 전문가인 임병연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지난해 양극재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 히타치케미칼 인수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실적 발표 등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M&A 기회를 찾고 있다" 밝히며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의 참전으로 인한 인수전 과열 여부와 무관하게 스카이레이크의 제시 가격이 일정 수준 '기준가'가 된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시 스카이레이크 측은 구주 인수 가격으로 최대 6000억원가량을, 증자 형태로 3000억원을 신주로 투입하는 구조를 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측이 원하는 가격 수준이 구주(61%) 기준 1조원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50억원의 30배가 넘는 인수가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인수 후보 측 관계자는 "솔직히 스카이레이크가 제시한 수준의 가격도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