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투트랙' 바이오 전략…SK㈜ 초기 기업 투자 힘 싣기로
입력 2020.05.29 07:00|수정 2020.06.01 14:29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투트랙' 바이오 육성안 내부 거론
    SK㈜ 글로벌 초기기업투자, SK바이오팜은 후속절차 전담
    동아쏘시오 출신 이동훈 부사장 영입해 전담조직 총괄 맡겨
    새 포트폴리오 육성 기대감 vs. 전문성 한계 '팽팽'
    • SK그룹이 바이오팜 상장 이후 그룹 바이오 사업의 육성을 지주사 SK㈜와 SK바이오팜 간 투트랙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국내외 초기 기업 투자 등을 SK㈜에서 담당하고, 임상 성패 여부에 따라 SK바이오팜이 이후 FDA 승인에서 판매에 이르는 절차를 담당하는 분업 체제를 구상 중이다.

      지주사 투자자 사이에선 반도체 소재, 에너지에 이어 굵직한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미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기기업 투자에 매진한 상황에서 역량을 드러내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구주매출로 유입될 현금을 일부 활용해 바이오분야 초기기업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바이오 전문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이 아닌 지주사가 초기 투자를 전담하는 점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론 전임상 단계 극초기기업 시드 투자를 SK㈜에서 담당하고, 이후 임상시험 통과 여부 등 결과에 따라 SK바이오팜이 기술이전(라이센스인) 해오는 밑그림을 짠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FDA승인 등 후속업무와 시판 업무는 미국 내 판매망을 갖추고 판매 허가 트랙레코드를 갖춘 SK바이오팜이 전담할 예정이다. 기존 M&A를 통해 자회사로 두고 있는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열사 SK팜테코와의 시너지도 구상 중이다.

      그룹 내에선 이미 미국에서 판매중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과 곧 양산을 앞둔 뇌전증 치료제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에 이어 신규 항체·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발굴에 나설 것으로 계획 중이다. SK㈜는 이 달 초 싱가포르 항체신약 벤처기업 허밍버드의 초기 투자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인 밑그림을 보이기도 했다.

      한 VC업계 바이오 담당 심사역은 “바이오 초기기업 특성상 대다수 투자건은 임상 단계에서 실패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재무여력이 더 큰 지주사가 직접 초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담당할 인력 흡수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1월엔 이동훈 동아에스티 부사장을 투자3센터장으로 신규 영입해 바이오사업 총괄업무를 맡겼다. 이 부사장은 삼정KPMG 출신으로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동아쏘시오그룹에서 근무했다. 그룹의 지주사전환 작업을 전담해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첫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2016년부터 동아에스티에서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아 해외사업을 담당했다.

      SK㈜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투트랙' 투자 전략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존 SK하이닉스를 활용해 업사이드를 누렸던 반도체 소재 및 장비 투자(SK(주)내 투자1센터), 셰일 등 에너지 투자(SK㈜ 투자2센터)에 이어 SK바이오팜을 활용할 수 있는 또다른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다만 이미 굵직한 국내외 바이오업체 모두 잠재력을 갖춘 초기기업 투자에 일찌감치 역량을 집중해온 상황에서 SK㈜의 강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다른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진 SK만의 투자 색깔을 짐작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성공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볼 사업군에만 투자를 집중하거나 투자 실패를 두고 문책하는 등 그동안 대기업 내 사내벤처(CVC)들이 보였던 한계들과 다를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