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스마트펀드 참가' 손벌린 중기부…은행은 겹치기 출자에 난색
입력 2020.06.02 07:00|수정 2020.06.03 09:57
    이달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결성 계획 밝표
    3000억 규모…5대 시중은행 1000억 출자 요청
    은행은 난색…기존 코로나 부담 크고 중복 출자
    • 중소벤처기업부가 디지털 경제 전환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하며 시중은행들에 출자를 요청했는데 은행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기존에도 비슷한 주제의 펀드에 출자했는데 굳이 유사한 펀드를 또 만들어야 하냐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후 사회적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은행들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14일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경제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이하 스마트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펀드는 크게 K-디지털펀드(언택트 스타트업·벤처기업 등 디지털 혁신기업 투자)와 K-바이오펀드(진단·백신·치료제 등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투자)로 나뉜다. 민간 자본이 조성단계부터 참여할 예정이다.

      스마트펀드 규모는 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1000억원, 멘토기업들이 1000억원, 나머지는 시중은행이 1000억원을 대는 방식 거론되고 있다. 정부 출자액은 3차 추경안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최근 5대 시중은행에 각각 200억원 씩 출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펀드 출자 요청에 난처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이미 코로나 관련 부담이 적지 않다. 각종 사고가 이어지며 은행권에 대한 정부의 눈초리가 곱지 않아 ‘성의 표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 10조원 규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대출 만기도 연장해주고 있다. 벌써부터 연말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은행들은 자본성 채권을 발행해 자본비율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번 펀드의 출자 규모가 크지 않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펀드 출자에 나서긴 부담스럽다.

      은행들 사이에선 중복 출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유사 펀드가 있는데 굳이 비슷한 성격의 자금을 또 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펀드가 반드시 필요해서 결성한다기보다는 업무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시선도 있다.

      작년 12월 한국성장금융은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핀테크혁신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펀드는 1200억원 규모로, 하위펀드 총 조성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들어 핀테크혁신펀드를 활성화 해 디지털금융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이냐 이후냐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핀테크펀드와 스마트펀드가 지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펀드의 5대 시중은행 출자금액 역시 각각 200억원씩 총 1000억원으로 같다. 바이오·헬스케어를 빼고는 벤처 투자를 논하기 어렵다. 새 펀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시장에 뿌려진 혁신성장 자금을 잘 운용하는 것이 우선이란 의견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작년에 출자한 핀테크혁신펀드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며 “중기부가 실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새로운 껍데기만 씌워 펀드를 만들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얼마나 많은 운용사에 새로운 자금을 뿌리느냐만 집중하고 있지만 기존에 뿌린 자금만 잘 운용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아직 펀드를 결성하겠다는 계획 외에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비대면’을 강조하는 펀드는 없었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펀드들과 주제가 겹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를 한다는 것 외에 확정된 사항은 없고 출자 금액은 기관들과 협의 중”이라며 “아직까지 비대면·언택트 같은 컨셉을 미리 정해서 출자하겠다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