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자금 대상에 '이스타' 없다…유상증자해도 재무부담 큰 제주항공
입력 2020.06.02 07:00|수정 2020.06.03 09:57
    기안자금 지원…'제주' 받고 '이스타' 못 받아
    제주항공 지원 부담 커져…유증해서 뭐하나
    정부 지원금으로 최대한 해결…"눈치 보인다"
    • 기간산업안정자금(이하 기안자금) 지원대상 선정 결과가 제주항공 유상증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상에 제주항공은 포함됐으나 이스타항공은 포함되지 못했다. 정부 지원 등 호재로 제주항공의 주가가 힘을 받으면서 유상증자 등 현금조달 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코로나 재확산 등 잠재적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기안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이를 인수해야 할 제주항공의 거대한 현금소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국책은행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1700억원 안으로 이스타항공에 현금을 수혈해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8일 기안기금 지원 기준을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 장·단기 차입금, 리스부채 등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 근로자 300명 이상 등 기안기금 지원 대상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서 반발에 나선 데 대한 입장이다. 기안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LCC들은 회사채 보증발행(P-CBO)나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기구(SPV)를 통해 지원을 받게 된다.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둔 제주항공에 호재다. 정부 지원이라는 호재가 제주항공의 주가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의 주가는 반등에 성공한 뒤 1만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 2만원대의 주가를 기록하던 제주항공은 코로나로 인한 업황 악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3월 말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바 있다.

    • 제주항공은 주주배정 후 실권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 1214만2857주를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격은 1만4000원이다. 발행가액은 7월 9일 확정될 예정이며 신주 상장예정일은 8월 4일이다.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인 에이케이홀딩스㈜(56.94%)와 에이케이아이에스㈜(1.74%)가 약 950억원의 유증대금을 부담할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해당 자금을 인건비, 유류비 등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경우 모집가액도 올라 모집금액 목표를 넘어설 수도 있다. 1차 모집가액 1만4000원은 기준주가(1만9085원)에 26% 할인율이 매겨진 값이다. 28일 종가 주가는 기준주가보다 115원 높은 1만9200원이다. 게다가 2차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달리 '기존 주식 수 대비 신규 주식 수'를 할인율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할인율이 더 낮다.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모집가액이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스타항공 인수가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직원 임금 대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인수 협상 당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체납 임금과 퇴직금 등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부담을 느낀 제주항공은 4월 예정됐던 주식 취득대금 납입일을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것 자체가 제주항공에게 부담일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대비 58% 가량 감소하는 등 소진 속도가 가파른 것을 보면 제주항공도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타항공은 기안자금 지원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국책은행으로부터 받은 1700억원과 자체 현금으로 이스타항공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국책은행이 제주항공에 추가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 조건으로 받는 1700억원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할 것 같다"며 "시장에서는 딜이 깨질 것 같다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제주항공이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어서 인수는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흥행 실패 가능성에 대해 제주항공도 인지하는 모습이다. 공모기간 중 실적이 악화되거나 주가가 크게 하락해 확정발행가가 예정발행가를 하회할 경우 실제 모집금액이 계획한 것보다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실제 모집금액이 계획한 것보다 부족하면 자체 보유 현금을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재확산 추세도 변수다. 항공기를 운행하는 등 영업을 재개해야 펀더멘탈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을 확충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은 9~10월까지의 운영자금을 확보하며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하다. 업황 침체가 이보다 장기화될 경우에는 추가 자금 확보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