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답변'만 잔뜩…공모가 산정방식에는 입 다문 SK바이오팜
입력 2020.06.16 07:00|수정 2020.06.17 10:16
    온라인 간담회서 유리한 질문만 선택·답변
    기관은 '대면'…개인에겐 일방적 정보 제공
    • SK바이오팜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1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를 열기전 4일간 SK바이오팜은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채택된 질문은 6개에 불과했다. ▲ 코로나에도 불구, 예정대로 IPO를 추진한 배경 ▲ 코로나로 인해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시장 진입, 원료 의약품 수급에 미치는 영향 ▲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 후 시장 반응 및 판매 현황 ▲ 기존 뇌전증 약물과 세노바메이트의 차별성과 경쟁성  ▲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후속 파이프라인 ▲ 국내외 로드쇼가 진행 중인데 인상적인 투자자 반응 등 6개였다. 모두 SK바이오팜의 가치 상향에 도움이 될만한 질문들로만 구성됐다.

      정작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없었다. 일례로 업계에서는 '공모가(밸류에이션) 산정 방식' 에 많은 의문을 가져왔다. 약품마다 효능과 시장규모 등이 다름에도 '시장가치 대비 파이프라인(EV/Pipeline)'라는 밸류에이션 산정 지표를 활용해 천편일률적으로 더하고 나누어 가격을 산정한 것이 의아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공개할 당시 밸류 산정 방식에 의문이 나왔다"며 "바이오 기업 어느 곳도 해당 산출법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해당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사 IPO 홍보에 유리한 질문만 고르고 미래 비전을 강조하는 데 치중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수급 문제는 걱정한 것보다 처방이 많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불식시켰고 미국 출시 이후 반응이 예상했던 것보다 좋다고 밝혔다. 다수의 초기임상 약물 개발을 진행 중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 로드쇼에 대한 투자자의 반응도 뜨겁다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뇌전증 약물과는 달리 '발작 0% 도달'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반복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라인 간담회가 불가피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치 고평가에 유용한 질문만을 선택해서 골라 답변을 내놓은 것은 투자자의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한 간담회로 보기 어려웠다. 언론을 홍보 창구로만 생각해 간담회를 진행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게다가 모든 IR을 온라인으로 소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투자가에 대해서는 최대한 대면미팅을 원칙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가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디도 갈 수 없어 화상 컨퍼런스로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아침 8시에 시작해 새벽1~2시까지 스케줄이 차있다"고 말했다.

      즉 기관투자가들은 대면해 기업에 대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서도 정작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원하는 질문만 받고 답을 내놓은 셈이다.

      자연히 시장에서는 별다른 홍보 없이도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대기업이라서 가능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는 수근거림이 나왔다. SK바이오팜 상장 흥행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지는 것도 SK㈜의 지원 가능성이 주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요즘처럼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증시 전체적으로 거품이 낀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들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밸류 산정 방식에 대해 대외 창구를 통해 직접 물었다. 질문에 대해 당일 혹은 행사 후에 답변을 하겠다고 한만큼 답변이 어느 정도 준비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여기서도 공모가 산정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회사 측은 "알아보고 연락 주겠다"는 반응만 보였다. 질문에 대한 답변 준비가 안 되었던 셈이다.

      이후 해당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섞어 하긴 했지만 우리처럼 한 곳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EV/Pipeline은 계산이 간단하며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으며 본격 이익을 창출하기 이전 단계라 해당 산출법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답변에서도 산출법의 장점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만을 설명할 뿐 단점이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설명은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과정에서 공모가 산정에 대한 명쾌한 답을 시장에 내놓지 못한 점이 현재 그룹 오너 구속 위기까지 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