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종 주가 '고속 충전'…과열 우려 솔솔
입력 2020.06.17 07:00|수정 2020.06.16 21:38
    2차전지 주가 수익 30% 넘어서
    좋은 사업 싸게 산다지만 外人↓
    "기대감 지나쳐…큰폭 조정 가능"
    • 배터리 업종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사상 최고치의 주가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2차전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이들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동시에 높아진 밸류에이션은 고민거리다.

      주가를 뒷받침할 실적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시장에선 국내 2차전지 업체가 독자적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주가 프리미엄을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과 높은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장밋빛 전망 속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경고가 뒤섞여있다.

      올해 2차전지 업체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30%를 넘겼다. 증시 회복이 시작된 4월, 1500만주에 달하던 2차전지 종목 일 평균 거래량은 5월에 2600만주로 급등했다. 2차전지 ETF 상품은 폭락장 이후 두 달여 만에 100% 급등해 순자산이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 2차전지 업종의 주가는 테슬라와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다. 1년 전만 해도 적자를 지속하던 테슬라는 현재 4개 분기 연속 흑자달성을 앞두고 있다. 같은 기간 주가는 350% 이상 상승했다. 연초 테슬라에 전기차용 전지를 납품하는 LG화학으로 투자심리가 옮겨붙기 시작했고, 국내 2위 배터리셀 제조사인 삼성SDI와 밸류체인 내 양·음극재 등 소재업체 전반으로 랠리가 확산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테슬라 주가가 다시 기지개를 켜자 LG화학·삼성SDI 등 대장주를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가 시작됐다. 여기에 유럽의 환경규제 지속과 각국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수혜 기대감이 가세하며 폭등장을 형성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여행선을 쏘아올리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만났다는 뉴스가 주가 상승의 연료로 쓰일 정도로 과열되는 분위기다. 주식시장 내 우려도 여기서 출발한다.

      한 주식운용 트레이더는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테슬라 주식은 사지도, 공매도하지도 않는다는 태도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테슬라 주식에 호흡을 맞춰 상승폭을 키우는 국내 2차전지 업종에도 비슷한 인식이 자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전고체 배터리 회동'으로 삼성SDI는 폭락장 이후 상승폭에서 테슬라를 넘어섰다. 배터리 업계 내에서도 상용화 시점이 5년 이상 남은 기술을 두고 주가가 급등하는 데 대해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차전지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 (PER)은 35배까지 확대됐다. 현재 코스피의 PER이 20~25배 안팎이다.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시장 개화 당시 미국 IT기업 애플의 평균 PER이 45배에 달했던 사례를 들어 비싸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2차전지가 스마트폰보다 성장성이 높기 때문에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주가 프리미엄은 정당하다는 설명이다.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화학·삼성SDI로 좁혀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16일 기준 LG화학과 삼성SDI의 PER은 각각 100배, 70배 이상 수준으로 업종 평균을 상회한다. 증권사 2차전지 담당 한 연구원은 "대장주가 업종 평균 PER 확대를 이끌고 있어 리포트를 낼 때 기존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을 수정하기도 했다"라며 "최근 목표주가가 지속 상향조정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실제로 지난 2월까지 2차전지 랠리를 주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장주의 보유 비중을 줄였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 3월 45.1%를 정점으로 10일 현재 41.7%까지 외국인 보유비중이 3.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39.4%에서 36.8%로 하락했다.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용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2차전지 성장의 핵심인 전기차 전지 부문에서 대장주도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글로벌 수위권에 속하는 국내 업체도 당분간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성장하는 산업이라는 건 확실하지만 미래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장기보유 목적이 아니라 단기차익 기대감에 유입된 자금이 많은 상황이라면 2차전지 시대가 오기 전에 큰 폭의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