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사업' 전성시대에…통신사가 안 보인다
입력 2020.06.19 07:00|수정 2020.06.22 08:58
    콘텐츠 기업 몸값은 치솟는데
    통신3사, 투자자 관심에서 소외
    장치산업 집중이냐 미래 산업이냐
    정체성 혼란…투자 매력 회복해야
    • 코로나19가 산업계 전반을 흔든 가운데 이른바 언택트(비대면·Untact) 산업군이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통신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사용량도 폭증하고 있지만 정작 수혜는 엇갈린다. 컨텐츠 기업들의 몸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한편, 통신사들은 투자자들의 선호군에서 소외된 모습이다.

      그간 '탈(脫)통신'을 내세워 막대한 투자에 돌입한 통신사들 입장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투자자 사이에선 통신사들이 명확한 방향성 제시 없이는 컨텐츠·플랫폼 기업과의 격차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오프라인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플랫폼 기업들의 몸값은 연일 상승하고 있다. 여러 컨텐츠 이용자를 하나로 묶는 '원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 여파로 확인된데다, 각 업체들이 수익화를 두고도 자신감을 보인 점이 배경이다. 네이버는 구독모델 시작해 플랫폼 충성도 확보에 나섰고, 카카오도 자회사들이 각 영역에서 주도권을 점차 보이고 있다. 양사 주가도 연일 최고점을 경신해가고 있다.

      정작 해당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 3사들은 투자자 관심에 소외된 모습이다. 회사간 격차는 있지만 코로나 이전 주가 회복를 성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 수준이다.

    • 표면적으론 통신3사 모두 막대한 5G 관련 재무부담이 올해도 지속되는 점이 투자자의 기피 원인으로 꼽혔다. 추후 5G 본격화에 따른 수혜를 통신사와 컨텐츠 기업 중 누가 볼 지도 여전히 전망이 엇갈린다. 통신사 입장에선 ‘무임승차자’가 될지 모를 컨텐츠 기업들과의 역학관계가 변수다. 다만 코로나 이후 점차 존재감을 키우는 컨텐츠사들에 어느정도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란 평가다.

      최근 망 사용료를 부담을 두고 통신사(SK브로드밴드)와 콘텐츠 기업(넷플릭스)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SK(SK브로드밴드)가 지핀 요금 현실화 논쟁에 타 통신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도 상징적이다. 넷플릭스와의 컨텐츠 독점권 재계약 문제가 걸려있다보니 뚜렷한 입장 표명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은 통신3사가 의욕적으로 투자한 비통신분야가 이번 기회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점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SKT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보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구독모델(올프라임)을 도입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수조원을 투입해 보안(ADT캡스), 커머스(11번가), OTT(웨이브), 금융(핀크), 모빌리티(T맵 및 T택시) 등 비통신 분야 강화에 나섰지만 각 분야 독보적인 경쟁사 탓에 고객군을 넓히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동안 통신3사의 신사업 진출에 강점이 됐던 막대한 현금창출력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시장에 정착한 플랫폼, 콘텐츠 기업들은 시장의 선호를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와 무관하게 큰 폭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인정받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유치 혹은 IPO 등을 통한 독자적인 자본 유치도 수월해지다보니 오히려 통신사 대비 공격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거나 침투하고 있다. 오히려 높은 배당 등 안정성을 요구하는 주주구성 특성상, 우량한 재무구조의 통신사들이 공격적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결국 국내 통신사들이 코로나 여파로 드러난 정체성 혼란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투자 매력을 되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통적인 '장치사업'으로 재무 안정에 보다 집중할지, 아니면 '성장주이자 기술주'로 미래 사업에서 경쟁할지 등이 대표적이다. 새 수장이 집권한 KT와 그룹 내 역할이 뚜렷한 LG유플러스가 비용 조정에 집중하며 숨고르기에 돌아선 한편, SKT는 여전히 공격적 비통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간 색채도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SKT의 경우 경쟁사에 맞춰 신사업을 나열하기보다 통신사의 플랫폼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킬러 콘텐츠 확보’에 집중해 기회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SKT만해도 신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을 통제하면서 성과도 보이라는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다 보니 체면치레 수준의 사업이 많다"라며 "예를 들어 11번가도 쿠팡 등 타 경쟁사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좀 더 적극적으로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거나, 아예 매각을 재추진해 해당 재원을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등의 뚜렷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