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설명 어렵다"…'눈치 싸움' 시작될 삼성重 우선주 랠리
입력 2020.06.22 07:00|수정 2020.06.22 09:00
    이달 10배 이상 상승…100만원 넘보던 우선주
    카타르發 호재에 폭발적인 상승세 후 등락
    배당이나 수주 이력으로 설명하기엔 한계점
    "사업 상황과 무관 흐름…대규모 조정 올 것"
    • 삼성중공업의 우선주 상승세가 조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당 우선주는 상승폭으로만 10배를 훌쩍 웃돌아 시장의 이목을 이끈 바 있다. 늘어난 유동성과 수주 호재가 부각된 결과로 풀이되지만, 사업 상황과 재무 여력이 상승한 주가를 버텨내기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일정 부분 주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등락이 극심해지며 일시에 매도 ‘눈치 싸움’이 벌어질 확률도 커졌다.

      19일 삼성중공우(삼성중공업 우선주)는 전날 종가(74만4000원) 대비 약 20% 떨어진 주당 59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달 들어 한 번의 하락 없이 연이은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이날 40%가까이 등락을 거듭하며 다시 3일 전 수준인 50만원대에 안착했다. 지난 1일 종가(5만4500원)와 비교한다면 10배 이상 오른 수치다.

      당초 삼성중공업은 그리 주목받는 종목이 아니었다. 보통주는 지난 1년간 6000원에서 8000원 사이 등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3월에는 연저점(3070원)을 기록했다. 우선주는 4만원에서 6만원 사이에서 변동이 거의 미미했다.

    • 본격적인 이상 변화가 감지된 것은 최근 카타르 LNG선 슬롯 예약 소식이 전해진 이후였다. 절반 가까이 폭락했던 보통주가 다시 6000원선을 회복하며 우선주도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후 모잠비크 LNG 슬롯 예약과 순환매 장세가 힘을 보태며 외국인과 개인의 추종 성향 매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우선주의 가파른 상승은 이런 이유만으론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었다. 사업적 호재가 있었고, 시장의 유동성도 충분했지만 그것만으론 보름만에 주가가 10배 상승하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19일의 대규모 조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액이 높기 때문에, 통상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되고 기업의 결산 시기에 주가가 상승하는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 삼성중공업의 보통주와 우선주 괴리율은 -9000%에 가깝다. 우선주가 보통주 PBR(주가순자산비율)을 기반으로 추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개연성 없는 시기에 상승하는 셈이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이 이달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과도 비교된다.

      기존 우선주의 특성대로 주주들이 배당을 기대하기도 무리다. 삼성중공업은 5년째 적자를 이어오며, 지난 2014년 이후로 배당이 전무했다. 업황 개선의 기대감이 서렸던 지난 1분기 역시 코로나로 인한 공장 가동 차질을 겪으며 4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지배주주순이익 역시 드릴십 관련 평가손실 때문에 2248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수주 상황도 아직은 선명하지 않다. 올 1분기 삼성중공업은 셔틀탱커와 VLCC등을 감안해 누계 수주금액이 약 5억달러(약 6058억원) 수준이었다. 이는 연간 수주목표(84억달러, 약 10조1766억원)의 6% 수준에 불과했다. 카타르와 모잠비크 슬롯 예약 역시 인도 시기와 선가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가뭄에 단비인 것은 맞지만, 카타르 건만 봐도 5년간 100척 발주로 단순 계산할 때 조선 3사가 균등하게 수주한다면 연간 25%의 수주량만 채워지는 셈"이라며 "4월까지 드러난 업황 불확실성만 봐도 '사업이 회복됐다'는 관측은 이르다"고 분석했다.

      결국 수급 문제로 귀결된다. 우선주 비율이 0.2%(약 11만주)밖에 안돼 매수가 몰릴수록 변동폭이 과하게 드러난다. 이는 주가 조정의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순환매 장세의 막바지에 나타나는 우선주 상승장에선 수급량이 적고 주가 변동이 클수록 종목 자체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중요해진다. 이미 한 차례 있었던 ‘널뛰기’ 보다 더 큰 조정이 진행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과거 중소 조선사 종목에서 일부 볼 수 있었던, 사업 상황과는 무관한 주가 흐름이 삼성중공업 우선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차익을 기대하고 몰린 자금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도의 ‘눈치 싸움’이 벌어지며 주가가 일시에 조정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06월 22일 08:3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