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자제 권고에 주가 약세 불가피…약해진 제재 명분은 변수
입력 2020.06.24 07:00|수정 2020.06.25 09:43
    코로나 대출 위해 배당 자제 권고한 당국
    銀, 주가하락 우려…"IR서 어필 힘들어져"
    "당국-銀 관계에 변화"…제재 명분 약해져
    •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노골적으로 배당 자제를 권고한 탓에 은행들이 주주환원정책을 펴는 데 눈치를 보고 있다. 주요 은행주 저점 대비 상승률은 철강ㆍ조선 등 이른바 '쇠락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배당 매력이 주가를 버텨주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이 이마저 자제시킨다면 당분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에 은행들도 의견을 피력하기 시작하는 등 달라진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당국도 금융을 단순히 경기 부양 수단으로만 삼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금융당국의 제재 명분이 더 약해진다면 배당 매력이 회복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주주명부 폐쇄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명부 폐쇄는 배당 대상을 확정하는 작업이다. 사실상 중간배당을 할 확률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해당 공시 전 금융당국과 배당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고 당국 측에서 배당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 여부는 이사회가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며"이라며 "당국이 배당을 자제해달라고 이야기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최근 은행주 주가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2분기 들어 증시가 회복되고 있지만 은행주는 코로나 사태 이전의 주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20년 하락폭 대비 회복비율이 71%에 이르는 데 반해 은행주의 회복비율은 37%에 불과하다. 회복비율이 30%대에 머무는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는 최근 극심한 업황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대열에 은행주도 낀 모양새다.

    • 2019년 기준 4대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5~27%에 달한다. 은행주가 '배당주'로 여겨져 온 이유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던 당시,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당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배당수익률이 크게 높아지며 증권업계에선 추천 종목으로 은행주를 꼽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주 주가가 크게 빠졌지만 배당금 규모로만 손실분을 거의 메웠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금융당국은 금융사에게 노골적으로 배당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배당을 자제하고 자본금을 쌓아놓으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이루어져왔다"며 "코로나 이후 자본금을 쌓으라는 명분 하에 배당 자제를 더욱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은행은 배당을 못하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외국인 주주 비중이 큰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큰 골칫거리다. 해외 IR도 못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IR에서 어필할 수 있는 배당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점주주체제인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은 투자만 하고 거둬들이는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3분기 이후 대출에 대한 부실이 터지기 시작할 수 있으므로 쌓아놓으라는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미 외국인도 빠지고 있는 상황인데 배당까지 줄어들면 주가는 더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배당금지 조치가 금융당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배당 지급 중단이나 배당성향 후퇴는 없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JP모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 주요 은행들은 배당금 지급 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배당을 지급했다.

      국내도 금융사와 당국 간 미묘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외환 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을 권고하고 DLF사태를 근거로 최고 경영진 징계까지 검토했다. 이에 은행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키코 배상을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재 명분이 약해진 만큼 금융사들이 계획한 대로 배당을 진행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한 시장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은행의 사이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라며 "금융사를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던 금융당국이 이젠 은행에게 대출을 늘리라곤 못하고 줄이지만 말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