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무력화한 금융위, 옵티머스 사태 '진짜 원흉'
이지은 기자 | itzy@chosun.com | 2020.06.26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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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육성 위해 규제 완화한 금융위
관리 소홀로 결국 환매중단 사태 잇달아
법개정 논의 '현재진행형'…"쉽진 않을 것"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책임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5년 금융위는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최소한의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마저 없애버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이 예외를 악용했고, 때문에 이렇게 일이 커질 때까지 펀드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규제완화에 걸맞는 감독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금융위는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또 하나의 당사자라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 247호에 예외 조항을 뒀다. 자본시장법 247호에 따르면 운용사 운용이 법령·약관에 어긋나면 신탁사가 이를 확인하고 시정 요구를 해야 한다. 신탁사는 운용사의 투자결정을 실제 집행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타당한 것인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사모펀드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

옵티머스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실제론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부실기업의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했다. 그 결과 만기를 앞둔 '옵티머스크리에이터'의 환매가 중단됐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는데에도 이에 대한 브레이크 장치는 없었다. 해당 예외 조항으로 인해 해당 펀드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환매 중단된 펀드에는 펀드를 공정하게 관리할 신탁사조차 없었다. 신탁사가 없으면 보통 그 역할을 법무법인이 수행한다. 이번 사태에선 법무법인도 '짬짜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 펀드의 일탈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옵티머스운용 펀드의 관련 업무를 수행한 H법무법인은 옵티머스로부터 계약서 작성을 위탁받았지만, 투자하기로 한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를 하고는 마치 제대로 투자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H법무법인 대표 윤모씨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자본시장법 247조에 예외조항을 두지 않고, 사모펀드를 감시 할 수 있는 역할을 신탁사에 부여하고 엄격하게 관리했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옵티머스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이 이번 사건이 발생한 중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편드자산명세서 작성 등 펀드사무관리사 역할을 했던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펀드명세서에 등재된 자산의 이름과 실제 편입한 자산의 이름이 다른데도, 이에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운용은 대부업체 채권을 자산으로 편입한 뒤, 예탁결제원에 해당 자산의 이름을 공공기관이 관련이 있는 듯한 자산의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예탁원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채권이 아니어서 운용사가 준 제반 정보를 참고해 이름을 등록하고, 장부가로 평가했다. 현행 규정상 운용사가 지시하면 사무수탁회사는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예탁결제원의 입장이다.

주요 판매사가 펀드에 대한 서류상 실사 과정에서 '예탁결제원의 펀드명세서에 해당 자산 이름이 기재돼있어 실제로 채권을 편입한 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모양새다.

이번 옵티머스운용 사태로 사모펀드 관리에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게 드러났다.  관련법 개정 논의는 계속 진행 중인 분위기다. 규제를 엄격히 가하자는 제안도 많아진 상태다. 다만 사모펀드 규제 완화 방안 발표 이후 5년이나 흘러 라이선스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팔짱만 끼고 있다. 오히려 금융소비자 보호보다는 경기부양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 사태가 터지고 나서 판매사를 통한 소비자 배상만 했지, 운용사에 대한 징계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한다곤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계획은 없는 상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위원장이 하겠다고 밝힌 정도"라며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조사 나가겠다고 밝힌 적은 없다"고 말했다.

피해는 소비자만 보고, 판매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펀드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는 금융당국에 있지만 지금 아무도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 아니다"며 "라임 사태 때도 다들 팔짱끼고 지켜만 봤기에 판매사들은 사기를 치려는 운용사들도 문제지만 금융당국의 태도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5일 17:1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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