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충성고객 생태계 구축, 애플과 삼성전자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도현 기업금융부 차장 | dohyun.lee@chosun.com | 2020.06.26 07:00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지난 23일에 있었던 애플의 상반기 가장 큰 이벤트인 개발자대회, WWDC(World Wide Developer Conference)가 화제다. 올 하반기에, 그리고 향후 애플이 그리는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요 키워드를 꼽자면 ▲자체 개발 칩 사용을 통한 인텔과의 결별 ▲새로운 운영체제 iOS 14 발표 정도다. 새로운 하드웨어 발표는 없어 특별할 게 없어보이지만 애플이 던진 화두는 강렬했다. 애플만의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AP, CPU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스마트워치,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맥북, 아이맥까지 모든 제품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고객 입장에선 좋게 얘기하자면 편의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더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는 '호갱님'이 됐다. 신규 고객은 애플 생태계에 들어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하드웨어를 갖춰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선사한다.

기존 고객의 만족도 상승, 신규 고객의 유입, 더불어 이들 고객들이 이 생태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지속적으로 소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독경제 구조. 애플이 그리는 수익모델이다.

이 모델은 과거처럼 외형 성장을 주목표로 하지 않는다. 일정의 볼륨을 유지하면서 얼마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애플의 WWDC 이후 그 꿈의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서인지 애플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쯤에서 삼성전자를 보자. 한 때 삼성전자도 생태계 구축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품군만 놓고 보면 애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갤럭시폰에 갤럭시워치, 갤럭시버즈가 있고 갤럭시북 같은 노트북도 나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삼성전자는 갤럭시폰과 D램 반도체를 만드는 제조회사로 인식될 뿐 삼성의 생태계를 얘기하지 않는다. 여전히 제품을 대량생산해서 많이 팔고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여야 하는, 즉 외형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야 좋은 평가를 받는 회사다.

물론 삼성전자가 애플과 같은 길을 걸을 필요도 없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 B2C이면서 B2B인 기업의 장단점이 분명하다. 다만 경쟁사들이 코로나 이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보여줄 매력적인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당장 미중 무역분쟁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신경써야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그러는 동안 경쟁자들은 자신들만의 생태계 구축에 더 신경 쓸테고 삼성전자 고객들은 앞으로도 계속 삼성전자 제품을 사야만 하는 이유를 못 느낄 수 있다. 안드로이드 체제에선 삼성전자 대체품들은 이미 충분히 많고 삼성전자 제품이 여전히 '쿨(Cool)'한지도 모르겠다. 이 측면에서만 보면 애플과 삼성전자의 격차는 벌어졌다.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횡보하는 것 역시 미래 성장에 확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핵심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육성에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또다른 과제는 삼성전자의 투자가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삼성전자가 '정답'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또다른 의미의 충성고객 관리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5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