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에 부담 느끼는 HDC현산 회사채 투심...산은 구원투수 나설까
입력 2020.06.26 07:00|수정 2020.06.26 00:27
    내달 회사채 발행…투자자들은 아시아나 불확실성에 우려
    産銀-HDC와 감정의 골 깊어…아시아나 M&A 지원은 필요
    産銀서 회사채 인수 가능성…수단 많지만 지원 고심될 듯
    • HDC현대산업개발이 다음달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데 아시아나항공 M&A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M&A와 무관하더라도 이후 발행사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대론 싸늘한 투심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니 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면서도 HDC현산의 자금 조달을 측면 지원해야 하는 미묘한 처지에 놓여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신용등급 A+, 하향검토)은 내달 15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 다음달 17일 만기 도래하는 1400억원 규모 회사채(제147-1회) 차환 목적이다. KB증권 등이 주관을 맡으며, 시장 수요에 따라 발행 규모는 최대 2000억원으로 증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이 2018년 이후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지만 투자자들은 크게 반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초 HDC현산은 3월 중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자 시기를 늦췄다. 최근 공모채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온기는 우량기업에 먼저 돌아가고 있다. 한화건설(A-), GS건설(A0)이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는 등 A급 건설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 M&A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 인수 계약 당시엔 HDC현산의 자금력이면 아시아나항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1년 사이 아시아나항공에서 조단위 자본금이 사라졌고 언제 항공업황이 반등할 지도 점치기 어렵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직접적으론 아시아나항공 M&A와 무관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발행사가 재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 달갑지 않다. 발행사가 흔들리면 사채 금리가 상승하고 투자한 채권의 평가 가치는 하락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채권 투자 담당자는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HDC현산 채권에 대한 시장 평판이 좋지 않다”며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실히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시장에서 채권이 소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DC현산의 채권은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셈인데, 역설적으로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성사를 위해선 채권 발행이 무난히 이뤄져야 한다. 발행이 잘 돼야 HDC현산의 유동성 부담이 줄어들고, 시장에 재무 상황에 문제가 없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산업은행이 우군으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HDC현산과 책임 공방을 펼치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감정 때문에 이만한 인수자를 놓치기엔 아까울 수밖에 없다. 거래 조건을 다시 협의해야 하고 금융 지원 방안도 최대한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최근 롯데푸드나 한화솔루션 등 기업 회사채 발행 시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산업은행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기업은 회사채 인수나 차환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산업은행은 이달 10일부터 특수목적기구(SPV) 설립 전 저신용등급 회사채 선매입 절차에 들어갔다.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단은 많은데 얼마나 지원을 할 것인지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주관 증권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HDC현산 회사채를 얼마나 어떻게 받아줄 지 정해진 것은 없다”며 “결국은 정책자금으로 지원하는데 HDC현산이 인수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