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아산 OLED 신규 설비투자 무기한 연기
입력 2020.06.29 07:00|수정 2020.06.30 16:40
    인프라 투자만 1조, 설비 포함 3조 프로젝트
    영업이익 감소·현금 소진 등 투자여력 감소 평가
    공사담당 삼성ENG 공사 중단 비용 지급無
    •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시에 조성을 추진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규 공장 설립이 무기한 연기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수년째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 여파까지 덮치면서 추가 투자 여력이 크게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공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수주를 담당한 삼성엔지니어링 등 관계사들의 비용 부담도 크게 늘고 있다는 평가다.

      프로젝트명 ‘S1(과거 A5 또는 N프로젝트)’으로 불리는 아산 탕정 2단지는 모바일 OLED 및 대형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 목적으로 추진됐다. 기존 1·2캠퍼스 근처에 축구장 약 300개의 크기의 사업장으로 계획돼 지난 2017년에 착공했다. 인프라 투자에만 투입되는 금액만 약 1조원이 책정됐고, 인프라 투자비용에 약 2~3배로 예상되는 장비 및 공장 내 설비 투자 규모는 추후 확정하기로 한 상태였다. 공사는 관계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이 담당했다.

      신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플렉시블 OLED 공장인 A3(아산·탕정)의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공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엔지니어링의 계약 만료기간은 지난해 12월31일에서 내년 12월31일로 연장됐다. 빠른 시일 내 공사가 재개된다면 계약 기간 내 공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재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현재 골조 공사만 마무리 된 가운데 타워크레인 등의 철수 작업이 시작됐다.

      신규 공장 설립 중단은 OLED 공장 증설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여파가 언제 걷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방 산업의 수요 회복을 점치긴 어렵다. OLED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키는 LG디스플레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가 LCD 이후 차세대 주력 디스플레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것 또한 공사 중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당장의 신규 공장 설립을 위한 증설보단 기존 LCD공장을 OLED 공장으로 개조하는 작업만 선행하고 추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2018년 9614억원, 2019년 3166억원)과 순이익(2018년 1조2630억원, 2019년 4078억원)은 꾸준히 감소했고 이와 더불어 현금이 점점 말라가고 있다. 지난해 개별 기준 보유현금은 1572억원으로 전년(2282억원)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측에서 OLED 생산과 관련한 대규모 증설 의지가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며 “과거 대규모 투자 발표와는 달리 현재는 당장의 지출을 최소화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코로나 여파를 비롯한 대외 환경 변화로 현재는 투자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공사 중단을 두고 재판을 진행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공사의 진행률은 53%로 더 이상 진행될 경우 ‘기공식’을 열기 애매한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는 평가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기공식을 진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그룹 측에서 의도적으로 공사 진행을 늦추고 있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며 “이 부회장의 재판이 마무리 되고 대규모 투자 발표와 같은 세리머니를 준비하려던 계획이 다소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LED 신규 공장의 설립 중단의 여파는 고스란히 협력사들에 전가되고 있다. 공사를 담당한 삼성엔지니어링의 미청구공사 금액은 올해 1분기 7500억원으로, 전년 말(3258억원) 대비 2배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신공장과 관련한 미청구공사 금액만 835억원으로 삼성전자의 ‘평택 P2-PJT’ 사업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공사 중단에 대한 비용은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를 담당한 관계사, 즉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공사 재개를 기다리며 하청 업체에 비용을 매달 지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연금 또는 보상금에 대한 협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상황이 이전보단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공사 재개를 기다리며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그룹 관계사 간 특수 관계에 기인한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그룹발 내부 공사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대부분 담당한다. 제조 계열사 맏형 격인 삼성물산은 그나마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삼성물산과 사업 부문이 상당수 겹치고 대규모 매출은 내부 수주에 의존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정식적인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추가 수주 및 컴플레인에 대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정당한 의견 개진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룹에서 공사 중단에 대한 보전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