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펀딩에 옵티머스까지…처신 논란 불거진 은성수 금융위원장
입력 2020.06.29 07:00|수정 2020.06.30 16:39
    팝펀딩 혁신금융 치켜세운 은 위원장
    불과 몇달 만에 대출사기에 휘말려
    옵티머스 사태 터지자 1만여개 사모펀드 전수조사 들고나와
    금감원 노조 "반성할 자가 훈수둔다" 맹비난
    • #지난해 11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파주 소재 팝펀딩 물류창고를 방문해 ‘동산금융 혁신사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은 위원장은 “팝펀딩을 시작으로 또다른 동산금융 혁신사례가 은행권에서 탄생해 보다 많은 혁신 중소기업이 혁신의 과실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3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넥스트 라이즈 행사가 끝난 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모펀드에 대해 점검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라며 “(전수조사와 관련해) 금감원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장의 사모펀드만 약 1만4000개에 이른다.

      잇따른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회사를 직접 찾아가 혁신기업이라고 치켜세웠던 팝펀딩은 대출사기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제2의 라임사태라 불리는 옵티머스운용 사태와 관련해선 1만4000여개에 이르는 사모펀드를 전수조사한다는 현실성 없는 발언으로 금융감독원에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잇따른 금융사고의 원인이 잘못된 금융위 정책 때문이란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 혁신 사례’로 치켜세웠던 P2P(Peer to Peer) 업체 ‘팝펀딩’과 연계된 사모펀드에서 28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펀드에서는 원금 90% 이상 손실이 나올것으로 추정된다.

      팝펀딩의 비즈니스 모델은 홈쇼핑 납품 업체의 재고 상품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자비스자산운용, 헤이스팅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는 팝펀딩의 대출 채권을 바탕으로 사모펀드를 만들고 한국투자증권이 이 상품을 판매했다. 쉽게 설명해 재고자산과 미래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고,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빌려주는 구조다.

      이에 대해 은 위원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친숙하지 않았던 동산금융을 이제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라며 “은행권 스스로 IoT 기반 동산담보 관리시스템 도입, 성과평가 반영 등 동산금융 화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개인 자금을 모아 펀드를 조성한 이후 동산을 담보로 잡은 대출 원금 및 이자가 제대로 회수되지 않았다. 담보물이 제대로 있는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 펀드에는 원금 이자 상환, 담보물 판매 등으로 회수된 자금이 설정액의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팝펀딩은 자금 돌려막기, 유용 등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동산 담보라는 개념자체가 금융권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며 “하루에도 동산의 가치가 변하는데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고 말했다.

      옵티머스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서도 은 위원장의 대책에 '뒷북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옵티머스는 지난 18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만기가 도래한 자금을 줄 수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당초 옵티머스가 운용하는 펀드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했다고 이들 증권사에 말했지만 실제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기업들의 회사가 발행한 사채에 투자했다. 옵티머스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의 상당부분은 사채업자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은 위원장은 뜬금없이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들고 나왔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다 사태가 터지자 금융감독원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2개 운용사의 사모펀드 1786개에 대해 서면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를 확대해 전수조사를 단행하겠다고 은 위원장이 밝힌 것이다.

      그러자 이례적으로 금감원 노조가 발끈하고 일어섰다. 금감원 노조는 25일 성명서에서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3종 세트”라며 “반성해야 할 자가 훈수를 두다니 뻔뻔함으로는 당할 자가 없을 것 같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사태의 원인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금감원으로 돌리는 것으로 비춰줬기 때문이다 .

      은 위원장의 미숙한 대응이 나타날때마다 문제는 더욱 커지는 모양세다. 팝펀딩 사태에 대한 은 위원장의 처신으로 애꿎은 P2P 업체만 고사하게 생긴 상황이다. P2P 산업을 금융혁신 모델로 한때는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금융사기의 주범으로 이들을 몰아가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P2P 산업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규제 철폐에 앞장섰던 사모펀드들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입장은 단호하게 바뀌었다. 라임사태와 마찬가지로 그 책임을 판매사와 금감원으로 넘기고 금융위는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정책도 사모펀드를 판매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P2P와 사모펀드가 사회악으로 규정되면서 이들 상품에 대한 판매가 사실상 금지되는 분위기다”라며 “금융위가 이들을 고사시키려 한다는게 지금 업계의 평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