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테크핀' 금융 진출에 떠는 카드사ㆍ불안한 은행ㆍ강 건너 증권사
이지은 기자 | itzy@chosun.com | 2020.06.30 07:00
Edited by 이재영 차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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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역차별에 카드사들 불만 고조
銀, 가뜩이나 점포 줄이는데 경쟁 심화
포트폴리오 구축된 證은 위협 덜해
"향후 돈 안 된다 생각하고 철수할 수도"

카카오와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금융권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은행과 카드업계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네이버에 후불결제를 가능케 해준다거나 카카오·네이버페이의 충전금 한도를 상향해주면서 업계 불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비용 절감을 위해 점포를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은행은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카드사는 '배후수요'가 중요한 만큼 신규사업자 진입에 예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신사업자인 테크핀은 '혁신금융'이란 완장 덕에 규제를 다르게 적용받고 있다. 카드업계가 형평성에 불만을 표하는 이유다. 은행은 모객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데 다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증권가는 아직 큰 위협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는 반응이 많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권 진출 양태가 심상치 않다. 플랫폼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14일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충전금 한도를 20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로 늘리는 내용의 규제 개선을 결정했다. 또한 21일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할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후불결제와 제휴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기능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카드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네이버에 비해 규제를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법을 적용받지만 카카오와 네이버는 전자금융거래법을 적용받고 있다. 가령 고객을 모집하기 위해 사은품을 줄 때도 카드사들은 연회비 10%로 그 금액이 한정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관련 규제가 부재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게는 어마어마한 위협이다"며 "카카오, 네이버와 달리 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어서 차별화가 불가능하고 늘린 한도도 작은 금액이 아니어서 정말 난해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배후 수요'는 카드사 밸류 산정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배후수요는 향후 수요자가 많아져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롯데카드 매각 당시 원매자들로부터 신규 사업자가 들어올 경우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점포 수를 줄이는 은행들도 신경이 쓰이는 건 마찬가지다.  디지털화ㆍ비대면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생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온 테크핀 기업들에 대항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은 주로 '모객 → 주거래통장 공급 → 대출' 등 연속적인 흐름으로 매출을 올려왔다. 테크핀 기업들의 등장으로 해당 단계들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크핀 기업들은 리테일과 관련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모객'에 있어서는 향후 따라가기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물론 향후 테크핀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없지 않다. 국내 금융업 규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외국계 금융사들은 한국 리테일 시장에서 속속 철수하고 있다. 테크핀 기업들이 커지고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지면,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자본력과 플랫폼에 있어서 테크핀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판세가 약간 경쟁과열로 갈 것 같다"며 "그러나 향후 금융당국에서 다소 봐줬던 보안 이슈 등에 대한 규제가 가해지고 금융당국 감사를 받다보면 돈이 안 된다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증권가에서는 테크핀에 대한 위협의 정도를 피부로 느끼진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카카오증권 때문에 증권사의 영업부문 감소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불안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테크핀 기업들이 아직 기업금융(IB)나 대체투자에 진출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트랙레코드가 필요한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홀세일(Wholesale)이 주력인 증권사의 경우에는 위협을 느끼는 정도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는 다른 것 같다"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금융당국이 테크핀 업체에 대해 다소 관대하다는 것이지만 정부에도 성과를 보여야 하는 금융당국이 언제까지 규제를 다르게 적용할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4일 10:4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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