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재무부담·코로나 영향…흔들리는 한온시스템 신용도
입력 2020.06.30 07:00|수정 2020.07.01 10:53
    지난해 대규모 M&A로 차입금 증가
    코로나에 완성차 수요 위축하며 실적↓
    투자·배당 계획 등 재무부담 완화 불투명
    • 자동차 부품사 한온시스템의 신용도 위험이 대두됐다. 지난해 대규모 M&A(인수합병)로 재무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 변수가 등장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달 한국기업평가는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AA) 전망을 기존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달엔 한국신용평가도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단기간 내에 글로벌 완성차 수요가 좀처럼 반등하기 어려운만큼 등급 하향 위험이 높아졌다는 평이다.

      등급전망 변경은 ‘코로나 쇼크’ 직격탄을 맞은 이유가 크다. 코로나 영향으로 전방산업인 완성차 수요가 위축하면서 영업실적 저하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온시스템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한온시스템은 국내 자동차 부품사 중 해외 매출 비중(70% 이상)이 높아 코로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코로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보니 한온시스템도 단기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상반기 코로나 여파로 한온시스템이 운영하는 유럽, 미국, 멕시코, 인도 등 글로벌 주요 지역의 생산공장들은 셧다운이 이어졌다. 한신평은 한온시스템의 4월 글로벌 공장 평균가동률이 30~40% 수준에 불과했고, 5월 가동률도 50~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마그나(Magna)그룹으로부터 FP&C(유압제어; 현재 E&FP) 부문을 인수하면서 재무 부담이 높아진 것도 이유다. 약 1조3000억원이 인수자금으로 사용되면서 지난해 말 순차입금은 2조원까지 증가했다. 인수할 당시만 해도 수익창출력 증대로 차입규모가 점진적으로 감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설비투자 규모 증가,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차입금 감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평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온시스템의 ‘순차입금/(EBITDA-배당금)’ 지표가 2.8배를 기록하면서 제시한 등급 하향트리거(2배 이상)를 이미 상회했다. 한기평이 제시한 하향변동요인인 ‘순차입금/EBITDA 1배 이상’과 ‘차입금의존도 30%이상’도 지난해 각각 2.4배, 38.6%로 등급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E&FP 부문 인수가 수익성 방어 역할을 했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조1542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E&FP 사업부 매출 1조2234억원이 더해진 결과다. 해당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7.3%로 인수 당시 기대했던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6.7%로 최근 3년간 하락세를 보였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인수한 사업부문이 필요한 투자이기도 했고 수익성은 양호하게 나오는 편"이라며 "높아지는 차입금은 인수 당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그 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보여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온시스템은 매출 감소에 대응해 인건비 축소 등 비용절감 정책을 강화할 전망이다. 올해 투자규모를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기존 사업계획 대비 1000억원가량 축소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익성 저하에 따른 EBITDA 감소와 금융비용 부담(배당금 및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차입금 감소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셧다운 완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다. 완성차 수요 및 해외공장 가동률은 2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 회복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이후부터는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공장들이 기존 가동률 대비 70~8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과 기업실적 하락, 경기침체 등 수요회복 제약 요인이 여전히 상존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등급 조정 여부는 추이를 좀 더 봐야한다”며 “하반기에 글로벌 완성차 수요가 개선되고 자산매각이나 투자규모 조정으로 차입금이 감소하는 모습이 보여야 등급전망도 안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전기차 전환 관련 계획된 투자도 있고 배당 정책도 지속해야 하는데 외생변수인 코로나는 회사 자체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단기간 내 재무지표들이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