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정부가 낳은 '아기유니콘' 생존 누가 담보하나
이시은 기자 | see@chosun.com | 2020.07.01 07:00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텔레비전 예능에서 하는 콘테스트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 만들어져야 할 유니콘이 매달 정부 이름으로 진행되는 ‘성과 발표’ 자리가 됐습니다.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유니콘’이라는 말을 왜 그렇게까지 강조하는지도 되묻고 싶습니다”

지난 2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아기유니콘 육성 사업’ 선정 결과 발표를 전해 들은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들 의견은 한마디로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란 용어가 등장한지 8년째 접어들지만, 시장 활성화의 주체가 더더욱 정부를 초점으로 움직이는 점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였다.

이번 정부 사업의 주요 골자는 일종의 ‘생애 주기별 맞춤 지원’이었다. 지난 4월 선발 계획이 발표되며, 예비유니콘(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의 후보군을 칭한다는 이른바 ‘아기유니콘’이란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매달 사업 진행 단계를 대대적으로 밝혀왔으며, 세 달 남짓 40곳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정부는 앞으로 이들이 예비유니콘을 거쳐 유니콘으로 성장할 때까지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유니콘’이란 슬로건이 강조됐다. 중기부는 유관업계 경력 3년 이상이면 참여할 수 있었던 ‘국민심사단’ 200명이 선발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홍보대사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박찬호 선수가 등장하며 스타트업의 ‘멘토’를 자처하기도 했다.

스타트업 업계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긍정적인 취지나, 유니콘을 향한 국민심사단의 관심을 부정적으로 호도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질 ‘정부 양식형’ 유니콘들이 야생에서 겪게 될 상황들이다.

유니콘이 스타트업의 성공처럼 회자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유니콘이 살아남는 것은 크게 어려워졌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 상장된 우버, 리프트 등 유명 업체들의 상장 후 주가수익률(6개월)은 -35~-47%를 기록했다. 위워크와 같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업체가 IPO를 철회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최근 수년간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했으나, 받아든 성적표는 저조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들 중에서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외형을 키웠지만, 적자를 내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며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으로 몇몇 유니콘을 만들어낸다면 공적 시장으로 나왔을 때의 평가는 깎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미 벤처시장에서는 유동성이 강제적으로 끌어올린 기업 가치평가 모델에 대한 회의론이 돌고 있다. 현재 VC들이 투자하는 주식은 보통주보다 가치가 높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에 쏠려있으며 기업가치 산정도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투자금이 넘쳐나 ‘유치 경쟁’보다 ‘투자 집행 경쟁’이 더 치열하며, 안전장치 마련과 소위 ‘될 만한 기업’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이유로 벌어진 현상이다. 기업가치에 거품이 낄 수 있는 구조임은 당연하다.

결국 정부가 말하는 ‘아기유니콘’이 야생에 안착하는 방법은 냉혹한 시장 논리에 녹아드는 수밖에 없다. 자연 발생형이 아닌 유니콘은 투자 회수 단계에서 이러한 가치평가의 왜곡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투입된 자금으로 매출에 목매기보다는 정해진 ‘타임라인’대로 순차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가며, 정상적인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 유일한 방법임은 계속해서 강조되고 있다. 혹자가 보기엔 '일반론적 해결책'일 수 있겠다. 하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되는 것은 이를 뻔히 알고도 지금도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시장의 상황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29일 07:00 게재]

기사 목록으로